"돌아보면 순간순간 시에 투신(投身)했어야 하는데 너무 허술하게 했다는 아쉬움은 있지요. 끝을 맞이해 마무리를 해야 되겠지만 그럴 수 있는 그릇이 못되니 그 순간 흘러가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 스스로 몰상식하게 산 사람은 아니었고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내 식(式)이었지만 성의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도 그런 편이었고…."
'詩人 최하림 부부가 부르는 '사랑의 終章'' 중에서 (조선일보, 2010.3.6)
생의 마지막에 설 때, 우리에게는 어떤 아쉬움이 남을까.
"돌아보면 순간순간 시에 투신(投身)했어야 하는데 너무 허술하게 했다는 아쉬움은 있지요."
시인 최하림(崔夏林·71). 김현, 김승옥 등과 '산문시대(散文時代)' 동인으로 1964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시인이자 저술가, 대학교수, 언론인으로 살아왔던 분입니다. 간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선생은 '끝'을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한 말입니다.
삶의 막바지에 선 한 노 시인이 과거를 돌아보며 순간순간 시에 투신했어야 했는데 너무 허술하게 했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투신'이라는 단어가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나는 지금 내 업, 내 소명에 전력을 다해 '투신'하고 있는지, 치열하게 몸을 던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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