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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성공

유앤미나 2009. 12. 17. 19:43



허무한 성공(成功)


50년 전 페르시아 만 연안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두바이는 한 선각자(先覺者)에 의해,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래
중동지역의 허브로
도약했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라시드는 먼저 돈을 빌려
자유롭게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수로(水路)를 만든 후,
거대 공항과 항만을 건설해 두바이의
기초를 다졌다.


라시드가 물질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그의 아들은
정신적(精神的) 기반까지 보탰다.

그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없애
누구나 자금을
쉽게 유통(流通)할 수 있게 했고,

국적, 종교, 인종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力動的)인
경제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렇듯 사막에서
뉴욕을 일궈냈다는 칭송(稱頌)을 받았던
그 두바이가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준공식을 한 달여 앞두고
백기(白旗)를 들고 말았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손을 든 것이지만,
규모로 보면
사실상 국가(國家)부도나 같다.

두바이가 신기루였단 말인가.
너무 빨리 달려온 것일까.
두바이 쇼크는
말 그대로 충격(衝擊)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그 조짐은
3천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통(通)해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9월에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두바이에겐 직격탄(直擊彈)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건설 악재(惡材)도 잇따르며,
디폴트 우려도 자꾸만 더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세계는 ‘설마 두바이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두바이의
지난 행보가
워낙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現實)은
항상 사람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난다.

두바이 정부 소유의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宣言)하면서,
하루아침에 두바이는
골치 아픈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두바이는 왜
한 순간에
신기루(蜃氣樓)가 되었단 말인가.

첫째는 빚(liabilities) 때문이다.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두바이는
고유가 호황으로
중동 오일머니를 자연스럽게 빨아들여,

세계 최대(最大) 인공 섬 건설을 시작했고,
각종 건물을 건설하고
초호화 호텔들을 개장하여
관광객 유치에 열과 성을 다했다.

꿈이 현실로 이뤄지면서
외국 투자자본이 밀려오면서 부동산은
활황(活況)세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들이
두바이로 하여금
과잉(過剩) 투자라는 무리수를 두게 했다.

사막에 물길을 내겠다며
아라비안 운하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여의도 절반 크기의
세계 최대 쇼핑몰 건설 사업도 추진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두바이 정부의 부채는
어느덧 800억(億) 달러에 달했다.

불과 3년 만에
3배 가까운 과도한 부채는
세계 금융 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신생 고릴라는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모라토리엄이라는 파국(破局)을
피하지 못했다.





자살이 신종플루보다 무섭다고
말하는 것은 신종플루는
지금까지 40여 명이 죽었지만,
자살은 한 해에만 13,000여명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매년 7,000명 정도가
빚 때문에 죽듯이,
우리도 자살요인에는 대부분 돈과
관련이 있었다.

집으로 수시로 배달되어 오는 광고지나
스팸메일도 생면부지인 나에게
천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빚을 권하지만,
이 나라는 4명 중 한명이 이미
신용불량자에 해당된다.

겉으론 풍요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경제적으로 벼랑에
몰려있는 사람들에겐 빚은 저주(詛呪)다.


‘빚’과 ‘빛’은 점 하나 차이다.
하나의 점 때문에
빚진 인생은 ‘빛’이 없는
어둠에 살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개인 빚이 이렇게 비극인 것처럼
국가 빚도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 부채는 2004년에 200조,
올핸 300조, 내년 예산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400조원이 되어
1인당 800만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負債)다.

지출이 수입보다 클 때
적자가 발생하듯
가계부채와 국가채무는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適)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가채무는
지속적으로 더 늘어날
요인만 있다는 점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둘째는 욕심(慾心)이 두바이를
무너지게 했다.

작은 마을이었던 두바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오일머니가 몰리기 시작하자,
상상을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두바이의 과욕(過慾)도 시작되었다.

160층인 부르즈 두바이,
인공 섬의 더 월드,
세계최대 쇼핑몰 두바이 몰,
맨해튼보다도 큰 섬,
수중호텔 등
세계최대 건물들을 지었지만
모든 자금(資金)은 다 빌린 돈이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상하게도 초고층건물이
완공되면서 경제적 위기가 닥쳤다는
‘마천루 저주’란 말은
오래 전부터 회자(膾炙)되어 왔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대공황 와중에 준공되었고,
말레이시아의 Petronas Towers도
아시아 외환위기 중에 지어졌고,
타이페이 101타워는
새로운 불가사의한 일로 추앙을 받았지만
여러 번 지진으로 비난을 받았는데,

이러한 세계최고 타이틀을
두바이가 또 넘겨받다가 지금과 같은
저주(詛呪)를 받은 것이다.





마천루 저주는 바벨탑에서 시작되었다.
바벨탑은 욕망에 찬 인간들이
스스로 신의 경지에 이르고자
높은 탑을 쌓았지만,
이에 격분한 신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벌(罰)을 내렸다.

바벨탑을 쌓았던 바벨론은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도덕적 해이(解弛)와
하늘 끝까지 닿는 욕망은 스스로를
무너지게 했던
가장 큰 요인(要因)이 되었다.


두바이가 갖고 있던 세계최고타이틀은 또
5년 뒤 123층인 ‘롯데수퍼타워’에
넘겨줄 처지에 놓여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서울중구청장은
220층까지 짓겠다고 발표했다.

건물보다 더 높아진 인간의
교만(驕慢)한 마음은
더 무서운 마천루에 해당된다.

만족(滿足)을 모르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투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지만 무너져야만 멈춘다.

역사(歷史)는
지금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그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두렵지 않는가.





셋째는 두바이의 두 얼굴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두바이의 자국민은 1/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外國人)이다.

남아시아 각지에서 온 외국 노동자들이
전체 인구의 60%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민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성공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니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각(四角)지대에 속한 사람들이다.

방 하나에 17명이 함께 자고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5달러를 받지만,
일사병으로 죽는 노동자는
1년에 9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 밀린 임금은 안 받아도 좋으니
제발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하는
인도 노동자의 진술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아랍국가임에도
상인(商人)의 자유를 극대화 하는 바람에
두바이의 뒷골목엔
매춘, 갱단, 밀수업자, 인신매매업자들이
활개 치고 다닌다.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면서
민족의 정체성은 커녕
사람의 기본적인 의식까지 희박해지면서,
두바이는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의
상징(象徵)이 될지도 모르겠다.





자국의 이권을 위해
인권이 유린되는 곳은 비단
두바이만이 아닐 것이다.
두바이의 그늘은
급진적인 경제가 낳은 해악(害惡)이다.

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면이 항상(恒常) 있다.

뉴욕의 화려함 뒤에
소외된 사람들인 가득하듯이,
성공 뒤에는
어두움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은지
알면 알수록 인생은 더욱
허무해진다.


얼마 전에 어느 대학생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
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려 커피숍에서
상습적으로 손님들의 물품을
훔쳐오다가 검거되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성공(成功)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

그러므로
진정한 성공은
겉의 화려함이 아니라,
신 앞에 사람 앞에 부끄러움 없는
진실함 자체를 말한다.





주여,

빚은
빛(light)을 상실하게 하고,
과욕은
몰락(沒落)을 가져오고,
당신 없는 성공이
얼마나 허무(虛無)한 것인가를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늘도 외적인 화려함에
마음 두지 말고,

불로 연단한 금으로 부요(富饒)케 하고,
흰옷을 사서
부끄러운 수치(羞恥)를 감추고,
안약을 사서
나의 위선(僞善)을 보게 하소서.

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이 드립니다.

*‘경포호수’ 카페 자유게시판
공지(피러한 그림...)를 읽어보세요.
주위에 혹 해당되시는 분이 계시면 소개 많이
해 주세요^*^



사진허락작가ꁾ투가리님, 이요셉님, 갈릴리마을(우기자님 panda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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