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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우상

유앤미나 2010. 1. 1. 12:14



일그러진 우상(偶像)


2009년은 소띠 해다.
타이거 우즈도 소띤데 뭐가 안
풀리는지 소가 지금
난동(亂動)을 부리고 있다.

한해 네 차례만 열리는
미국 PGA투어의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고,

더욱이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도
양용은 선수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우즈는 역전불패의 신화마저 깨지는
비운(悲運)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에겐 올해
우승 못한 일보다
더 엄청난 일로 인해 짧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危機)에 빠져있다.

영국 옥스퍼드출판사에서
올 인터넷 단어로
'언프렌드(목록에서 친구를 삭제하다)'를
뽑았는데, 그 단어와 경합을 벌린
단어는 노골적인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낸다는 의미의
'섹스팅(sexting)'이었다.

이것은 우즈와 레이첼이
휴대폰으로 주고받은 일이 밝혀진 이후
더 유명(有名)해진 단어다.





연이은 불륜폭로와 의문의 교통사고로
구설수에 올랐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드디어 자신의 불륜을
인정(認定)하기 시작했다.

우즈는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나는 가족들을 실망시켰으며,
불륜을 후회하고 있으며,
나의 가치관과 가족들에게 지켜야만
할 행동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고백(告白)했다.

사실상 혼외정사를 포함해
자신을 둘러싼 소문들이 사실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지금까지 그가
이루어 놓은 모든 업적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부족(不足)한 게 뭐가
있었겠는가.
존경과 부 그리고 장미 빛보다
더 밝은 미래가 있건만
무엇이 아쉽다고 그런 짓을 했을까.





사람들은 우즈의 외도(外道)에
대한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보통사람들은 뒤에서 누가 보는 것만으로
부담이 되는데 그는 수많은 갤러리들과
언론의 관심을 받고 살아왔으니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아무리 그가 힘과 유연성,
머리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 해도
매 회 우승(優勝)에 대한 압박이
어찌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겠는가.


소문으로는 그의 주치의로
정형외과 의사보다도
정신과(精神科) 의사가 더 많다고 한다.

우즈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국제 메가톤급 시합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필수였을 것이다.





둘째는 빠른 성공(成功)이
그를 외도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사람은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이후가 더 중요(重要)하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정상에 올라가면 봉우리밖에 없듯이,
인생도 올라서면 설수록
칼 위에 선 것처럼 조심(操心)해야 한다.

정상(頂上)엔 아무도 없다.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 때 조심하지 않으면 백이면
백 다 넘어진다.


콜튼은 남이 불행해질 때
진심으로 동정하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다면,
남이 성공할 때 시기하는 사람은
천 명쯤 된다고 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시기하지 않고
존경(尊敬)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공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생에 대한 비전을 목표로
살아가야,
성공했든 실패했든
자신을 시기하는 사람보다는
친구처럼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셋째는 우즈의 외도는
남자의 본능(本能)이라고 말한다.

나는 가족모임 때에
파3 골프를 딱 두 번 해보았지만,
탁 트인 그린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와 접대만큼 효율성
높은 운동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극과 극은 항상 만난다.
이 좋은 운동을 빌미로 악(惡)은 늘
준비되어 있다.

지인으로부터 들은
골프여행의 실태는 끝이 없었다.

골프의 장점에 일상의 일탈(逸脫)까지
더해졌을 때,
남자의 본능을 제어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싶었다.


타이거우즈는 35세다.
참으로 여러모로 왕성한 나이에
분출하는 성(性) 욕구를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흡수하지 못했다.

결혼(結婚)이라는 틀이
사회적 규약임은 두말할 것 없지만,
본능은 사회적 규약을 지켜내지 못한다.

우리는 우즈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흥밋거리와 차가운 시선으로
사회적 뭇매만 가하고,
자아에 대한 성찰을 얻지 못한다면
자신도 그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그 일에 대한
원인을 되돌아보고
개인적인 과제(課題)를 살펴보길 원한다.

첫째는 가족(家族)의 소중함이다.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명문대에 진학했고,
월남전에 참전했던 남자였다.

분명 그는 우즈의 정신적 지주였지만
아울러 짐이 되기도 했다.

강한 아버지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그의 뜻대로
유명한 선수가 되었지만,
자신의 의지와 희망은 배제된 삶의 강요가
어릴 적 도박에 빠지게 했고,
성공한 이후에는
더 큰 일탈에 빠지게 했는지 모르겠다.


결정적으론 얼 우즈도
생전에 바람을 많이 핀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가 이 일로 큰 상처를
받았음이 심리분석을 통해 나타났다.

그렇다고 왜 타이거는
아버지의 전철(前轍)을 밟는단 말인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이것이
인생이니 어쩌란 말인가.





예를 들어 아버지가
술 먹고 어머니를 때리면
그것을 본 아들은 자신은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해 보지만,
이상하게도 결혼 한 이후에 그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 많이 마시고
더 자주 부인을 때린다는 통계(統計)가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본대로 행하는 것이 자식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이래서 무섭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하지 말고,
좋은 추억(追憶)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부부 간의 진실한 사랑은
더욱 절실하다.

타이거 우즈뿐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도피처가 아닌
영원한 안식처(安息處)인 가정이다.





둘째는 자기관리(自己管理)의 소중함이다.

타이거우즈나 마이클조던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기관리를
잘한다는 점이다.

또 우즈 정도라면 아마도
사생활 관리를 특별히 해주는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조심했겠는가.

평소 우즈는 완벽(完璧)한 사람이었건만
이상하게도 이 일이 터진 후
위기관리를 못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일은 누구에게라도
겪을 수 있다.
그 때 중요한 일은 위기(危機)관리다.





어느 외국잡지에 보니
타이거 우즈의 위기관리 문제점에
대해 간단하게 세 가지로
나와 있었다.

‘Don't wait.’(기다리지 말라)

사람은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으므로,
큰 실수를 했을 때
무마되길 기다리지 말고
바로 사과(謝過)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는 이 일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다른 사람이
스토리를 만들게 했던 것이다.


‘Don't run from the truth.’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그의 보도 자료는 애매모호했고
또 진심이 우러난 듯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세상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우매(愚妹)하게 만들고 있다.


‘Don't hide.’(숨지 마라)

우즈는 사건 이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볼 수 있었던 사람은
그와 관계를 맺었다는 여자들뿐이었다.

숨어서 해결될 일은
내가 잘한 일이 있을 뿐이다.
잘못한 일에는 더욱 전면(前面)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차후라도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다.





셋째는 용서(容恕)에 관한 문제다.

그동안 '타이거 우즈처럼'이라는 말은
'기계처럼'이란 말과
동의어로 사용될 정도로
모든 면에서 그는 완벽(完璧)한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는 기계(機械)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요,
완벽하기는커녕 우리와 똑같이
실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그의 외도보다
더 놀랐던 점은 우즈의 절친한
동료들이 한결같이 그의 외도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고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염려(念慮)만 되풀이 했다는 사실이다.

후원(後援)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변함없는 그를
지지한다고 밝혀
하루하루가 힘겨운 우즈에게
큰 용기를 주기도 했다.





용서(容恕)가
모든 종교나 철학에서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 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잘못한 사람을 용서해야
자신도 용서받는다는
조건이 있기에
물처럼 하루라도 용서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폐인처럼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환경(環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시시콜콜 모든 것을 기억하며
용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상대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용서하지 않기에
과거 망령에 묶여
내일도 없이 그렇게 노예로 살아가기에
불행했던 것이다.





주여,

스스로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말씀이
오늘따라
피부에 더 와 닿습니다.

우즈를 보며
자신(自身)을 돌아봅니다.

가족,
자기관리,
용서..

이 중에서
제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을
당신은 아시기에
...

긍휼(矜恤)히 여기소서.

2009년 12월 27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림

사진허락작가ꁾ투가리님, 이요셉님, 갈릴리마을(우기자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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