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유일한 회장의 유언장
경북대학교 정충영 명예교수가 보내는 남산편지 [2006-10-12 07:12]
▲정충영 박사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
기업가 유일한(柳一韓: 1895~1971) 회장은 가장 존경받는 사업가 중의 한 분입니다.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9세 때 선교사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전자회사 사원으로 근무하다가 1922년 자립하여 숙주나물을 취급하는 라초이식품을 설립하였고 1926년 귀국하여 유한양행(柳韓洋行)을 설립하였습니다. 그가 사업가로서 활동한 여러가지 많은 일들은 그가 진정한 사업가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71년 3월 11일 새벽 유일한 회장의 담당의사의 긴급연락을 받고 유한양행 관계자들이 속속 세브란스 병원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병실 안에서는 재라와 순한, 그리고 평소 유 회장과 절친했던 몇몇 사람들이 그의 임종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들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그는 파란만장하면서도 올곧았던 76년간의 삶을 마감하고 오전 11시 40분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유족들은 정리한 그의 유품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 몇 가지와 구두 두 켤레, 양복 세 벌 뿐이었습니다. 많은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장례식은 치러졌고 그의 유언장이 공개되었습니다.
다음은 그의 유언장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손녀인 유일링(당시 7세)에게 대학 졸업 시까지 학자금으로 1만 불을 준다.
-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땅 5천 평을 물려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며 달라.
- 유한동산에는 결코 울타리를 치지 말고 유한중학교 및 공업고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라.
- 자신의 소유 주식 14만 941주는 전부 ‘한국사회 및 교육 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이것은 이미 기증한 9만 6천 282주와 함께 나중에 유한재단으로 발전하였다.)
- 아내 호미리는 딸 재라가 그 노후를 잘 돌보아주기 바란다.(아내에게도 재산을 물려준다는 말이 없다)
-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
- 아무에게 돈 얼마를 받을 것이 있으니 얼마는 감해주고 나머지는 꼭 받아서 재단 기금에 보태라.
한 사람의 삶은 이 세상에서 마무리하는 그의 삶을 보아 평가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유일한 회장이 한 선한 일들은 그가 유한양행을 키웠다거나 많은 돈을 벌었다거나 혹은 사업 수단이 뛰어났다거나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가 가진 재능들을 남을 위해 어떻게 사용했는가? 그리고 그가 맡았던 재물들을 어떻게 되돌려 주고 갔는가 하는 것으로 그의 삶을 평가할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개정 딤전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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