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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유앤미나 2009. 6. 7. 10:46




효재(效齋)처럼


손숙 씨는
각종 매체에 초대되어
화제가 되었던 이효재씨와 아주
특별(特別)한 인터뷰를 가졌다.

이제 그녀는
살림과 음식이라는
생활(生活) 소품 디자이너로
이름이 나있지만,

그것보다는
별난 남편 피아니스트
임동창씨와 살아가는 일상(日常)이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그녀는 기인(奇人) 남편을
만난 일부터,
바느질하는 자신을
예술가로 대접해 주고,
아이 못 낳은 일까지 전부
복(福)으로 여기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아주
색 다른 사람이다.





나이 40이 넘어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머리는 빡빡 밀고,
맨발에다 옷도 남루하기 그지없고,

그것도 모자라
오갈 데 없는 제자들이랑 오글오글
사는 남자(男子)를
세상 어떤 여자가 좋아할까.


천성적(天性的)으로
예쁜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는
재고의 가치도 없는
상대였건만,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모성애의 자극이었는지
결국에는 색 다르게 살아가는 임동창씨를
지아비로 인연(因緣)을 맺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가 볼 땐
멋지게 보였지만 그 모습이 있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 많은
아픔들을 삭혔을까.





첫 인상도 그랬지만
결혼 후
남편의 기행(奇行)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처럼
한 마디 말도 없이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리고,
경제는 개념조차
없고 빚만 안겨주는 남편,

학교에 적응 못 하고
문제 많은 아이들이 있으면,
‘임동창한테 보내라’는
달갑지 않는 인정을 받고 있는 서방님과
사는 덕에 전국의 별난 아이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기구한 삶은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찰 노릇이건만,

그녀는 운명 같은 이러한 삶을
오히려 더 아름다운
인생으로 승화(昇華)시키고 있었다.





어찌 이 일이 가능(可能)했을까.
그녀 말대로
그것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녀는 남편 없이
외진 곳에서 적막하게 혼자
지낼 때가 많았었다.

그 때 반딧불을 보고서,
밤하늘의 별이 쏟아졌다고 생각을 하면
예쁘게 보이지만.

궁상맞게 사람이 죽어
뼈에서 인이 나와
반짝인다고 생각했다면,
고상한 삶은커녕
무서워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효재씨는 무서움이란
교육받음으로
스스로 입력(入力)된 것이지,

본시 자연은 평화로운 것이므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떨쳐버리는 훈련(訓練)을 했다는
그녀만의 지혜가 오늘의
그러한 삶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사람이 혼자 살지 않고
누군가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녀 남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가족이지만 사실은 다 괴짜들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남이 볼 땐 천사(天使) 같은
사람도 같이 살다보면,
천하에 이기덩어리임을 알게 되고,

남이 볼 땐 한 없이 까칠한
사람일지라도,
상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내가 품어주어야 할 사람임을 알고
긍휼한 마음으로
섬기는 동안,
더 아름답게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 만사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듯이,
행복과 불행은 환경을 넘어서
생각이라는 장벽을
넘어야만 하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그 사람의
운명 같은 모든 삶을
하루속히
이해하지 않고는
관(棺)에 들어가는 날까지 서로
원망하며 죽기만을 바라는
가장 불행한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효재 씨는 남편 임동창 씨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었기에
남편도 이제
부인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
본인도 오늘과 같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모양이다.





둘째는 예쁘게 사는 삶이다.

생각의 차이는
곧바로 예쁘게 사는 법과
연결(連結)이 된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에 아름답지 않는 것이 없다.

음식이든 옷이든
집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이효재씨 손만 닿으면,

평범한 것들이
가장 자연(自然)스러운 아름다움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이란
미모(美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처럼 예쁘게 사는 것이
최고의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돈 버는 일은 안 하겠다’

임동창씨가 이효재씨를 만나
내민 결혼 조건이다.
드라마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기인다운 말을 했다.

보통여자 같으면 이런 사람과
결혼도 안했겠지만,
모르고 결혼했다 해도
이렇게 경제에 대한 기본개념도 없는
사람과 어찌 아름다움 삶을
기대(期待)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효재씨는
남편 없는 긴긴 밤을
살림 재미에 푹 빠져
밤 깊어 날 새는 것도 잊은 채
일하다가,

신문 배달이나
새벽기도 가는 사람들,
우유배달부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안심(安心) 하고 행복한
잠을 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무서움을 이겨냈고
이것이 제2의 습관이 되면서
그 남은 시간을 생산적으로 일하는데
사용했던 지혜가 남다른
그녀는 분명
세상에 ‘효재처럼’이라는 말을
들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임에
분명(分明)하다.





고무신도 다 짝이 있다고,
그녀는 도대체 어느 것 하나
빠질 것이 없는데,
돈 싫어하고,
시도 때도 없이 사라지는
대책 없는 그를 왜 선택(選擇)했을까.

임동창 씨는
길을 걷다가도 풀에서 소리를
듣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그녀 남편은 보통 사람
눈으로 볼 때는 정상이 아니지만,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내면에 들어가 보면
자연과 소통하는
그는 세상 어떤 가치로도
판단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여전히 눈먼 사랑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돈에 더 욕심(慾心)을 내는 사람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두 종류로 나누어지게 된다.

우리의 삶이 왜 이리도
혼란(混亂)스러운가.

볼 것 없다.
잘 때 몸이 차거 울수록
장례(葬禮)준비를 해야 하는데,
혼례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대화하고 싶은 사람,
같이 밥 먹고 싶은 사람,
어디든 함께 여행 하고 사람은
바로 이렇듯 자연과
소통(疏通)하는 사람이기에
그 괴짜를 사랑하는
그녀의 삶은
향기(香氣)를 발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보너스 인생이다.

생각의 차이는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고,
또한 보너스 인생을 살게 한다.

그녀는 별난 신랑하고 사는 것을
특별한 보너스라고 생각하지,

‘어휴~ 내 팔자야!’

이렇게
신세타령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신(新)독수공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이효재씨가
박물관처럼 예뻐졌다고,

그녀를 보러 삼청동 작업장까지
관광차를 대절하여
온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해
그녀는 전부 별난 신랑과
산 인생보너스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집은 용인이고 일터는 삼청동인데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그 먼 거리를
차를 타고 다니면서
작업구상을 많이 하는데,
특별히 한강을 건널 때
아이디어가 터져 나온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운전할 수 없어 먼 시간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현실조차
인생보너스로 여기기에 그런
복을 얻는 모양이다.


철부지 남편은
집에 전화해서 받지 않으면
말없이 떠나버리고 만
속절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효재씨는 외롭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갖질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그녀는
진정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어머니 같은 장맛이 나는
영원한 우리의 연인(戀人)이다.





인생은 역시 공짜가 없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모든
여건들을 오히려 보너스로 여기는
그녀만의 독특한
신앙 같은 삶의 자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이를 품어 줄 수 있는
어머니가 되게 했다.

그것은
‘효재’(效齋)에 오는 사람마다,

‘여기 오면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는
한 마디에서 우리는
그녀의 모든 삶은 보너스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주여,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

처절한 고독 속에
몸부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전혀 고독하지 않으셨던
주님,

효재씨처럼
저도
부당함과 고독을
은총으로 여겨

이웃을 이해하고
그리고
나를 이해해주는
좋은 이웃을
만나게 하소서.

2009년 6월 7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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