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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그 이상의 의미

유앤미나 2008. 3. 25. 18:10
이미지, 그 이상의 의미


여론(與論)으로 서울시민의 힘이 결국
거대 야당을 굴복시켰다.

지난 25일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오세훈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졌지만,
막판 여론조사에서 크게 이겨 후보로 선출(選出)되었다.

한 마디로 민심(民心)이 당심(黨心)을 이긴 것이다.
예상을 뒤엎고 시민들의 높은 투표율 등이
구태의연한 당심을 이기게 했다.

여러 번 여론조사에서도 오후보가 일등으로 나왔지만
한나라대의원들은 이러한 민의(民意)보다는
의리와 전통을 더 마음에 두었다.

여당에서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거대야당(野黨)이
스스로 무슨 일이 터지기만을 기다린다는 대표의
말대로 어부지리 민심을 통해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언제 어떻게 백성들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언론에서는 이 일을 ‘16일간의 드라마’라고 했다.
당을 떠나 있던 사람이 뒤늦게 경선(競選)에
뛰어들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어 결국 두 후보를 재치고
또 기세를 올리던 보랏빛 바람까지
주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반전(反轉)드라마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이미지 정치가 먹혔다는 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미지가 강한
정치인(政治人)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강 후보는 노란색 대신에 보라색을 내세웠고
오 후보는 이에 질세라 파란색 대신에 녹색을 부각시켰다.

시민들과 경쟁자들은 또다시
이미지 선거로 민의를 왜곡한다며 발끈했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는 오래 전부터 관행되어진
보편화된 정치 도구이었던 것이다.
매스미디어 확산 과정 속에 대중문화는
상징이나 로고 그리고 이미지와 외모 등 칼라 등은
엄청난 힘을 발휘해 왔던 것이다.

이번에도 강 후보는 노란색을 배제한고
보라색을 선택한 것은 묵시적으로
강남과 강북,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의미였지만, 사람들은 느끼는 보라색은
화합보다는 분열과 대립(對立)을 연상했던지
그녀의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오 후보의 녹색(綠色)은 시민활동가로서의
클린 이미지를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또 외적으로 풍기는 호감 도나
신뢰감이 커 좋은 인상을 주게 되어
그의 바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불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보라는
고상과 품격을 상징하지만 거만과 허영이라는
이미지도 포함되고 있는 반면에 녹색은
자연과 단순함의 뜻이 있다고 한다.
그 색에 대한 의미대로 되어가고 있기에
이런 결과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러나 이미지 정치에 대한
가장 큰 맹점(盲點)은 정책의 빈곤인데
그것은 선거가 정책(政策)이 아니라
연예인처럼 인기투표로 전락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사람들은 현실정치에 실망해왔고
당(黨)보다는 개인적인 신뢰감이나
참신성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현실적으로 민중(民衆)들은
정책들을 개인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상황을 후보들은 역(逆)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미지란 그들 뿐 아니라
수많은 지도자들은 쓸 수밖에 없는 도구(道具)였다.
내면적으로 보면 이미지(Images)란
그 이상의 의미(意味)를 내포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나는 어떤 계기로
'케네디 리더십'을 읽게 되면서 그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도 또 다른 케네디의
진면목(眞面目)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하면 가장 먼저
링컨과 케네디 두 사람이 떠오른다.
그러나 링컨은 노예해방(奴隸解放)이라는
분명한 역사적 업적이 있지만,

케네디에 대해선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없음에도 우리는 왜 그에 대해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그에 대한 기억은 결코 정책이 아니었다.
3년 동안 한 일도 별로 없었지만 호남 형에
가장 우아한 퍼스트레이디가 늘 곁에 서 있는 그를 통해
사람들이 되고 싶은 걸을 대리만족하고 있을 때,
총에 맞아 피 흘리며 죽어간 그의 죽음은
미국인의 가슴에 강(强)한 이미지를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 책을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케네디는 스캔들에 대한 소문이 많았기에
감성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연설 원고까지 직접 작성하면서 철저하게
감동을 유발시켰던 냉철한 사람이었다.

이토록 그는 대중의 심리를 잘 알았고,
가장 쉽게 전달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감동(感動)으로 다가왔었다.

곧 단순하게 이미지만을 이용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그는 후대 사람들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는 대중(大衆)들의 마음을 잘 알고
또 그들에게 적절하게 어필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이미지라는 도구로 사용했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정치 철학마인드에는
평화와 인권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곧 인간 사회에서 전쟁은 소모전 일뿐,
누구도 승자(勝者)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본인의 참전(參戰) 경험을 통해 이미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이미지란
이렇듯 이웃의 마음을 아는 것이요,
더 나아가 분명한 철학을 갖고 정책을 펼침으로
백성들과 하나 됨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현대사회의 신무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 버린다.

‘이미지가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말이 아닌 땀, 얼굴이 아니라 실력이다.’

모두 맞는 말들이다.
어찌 이미지만 갖고 미래(未來)를 창출하겠는가.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 앞에 이미지를
보여주기 전에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던
사람들이었기에 그런 바람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강금실 씨가 법무장관이 되었을 때
염려를 했지만 그녀는 조직에
움직이지 않고 초연하게 그녀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여 나름대로 법조계에 변화를
주었기에 사람들은 열광했던 것이다.

또 우리가 아는 오세훈 씨는 환경운동가로
방송 토론 사회자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선이보장된 자리까지 버리면서
단호한 그의 정치소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국민들의 머리에 이미지 이상의 의미를
보여 주었기에 지금의 그가
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인기 스타처럼 보여 지는 그들도
나름대로 분명한 철학과 소신이 있었기에
이러한 호감을 얻는 것이지 단순하게 외적인
칼라와 패션감각만이 인기 원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인기에 영합하는 인물로 보여 질지 몰라도
다른 면으로 볼 때는 시대의 흐름을 알고
또 사람들과 소통(疏通)할 줄 아는
성실과 준비성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주여,

사람마다
국가마다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연예인도 아니요
정치인은 아니지만

당신의 종으로
사람들이 바라보는
제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분명 제 안에 어찌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겠습니까.

그러나
‘믿을만하다.’
‘성실하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다.’
이런 소리를 듣고 싶고
그것이 또 제 이미지가 되길 소원합니다.

긍정적이고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는 제 노력에
달려있음을 알고,

미래를 알고
이웃을 알고
당신을 알고

이미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2006년 4월 마지막 날 강릉에서 피러한 강릉에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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