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과 인생(人生)
지난 토요일 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갔을 때 나는 좋은 선물을 받고 돌아왔다.
형님이 승진하면서 차가 새로 나왔는데 전에
사용하던 네이게이션을 내게 준 것이다.
나는 네이게이션을 갖고 와서
사용법을 안 후에 시험운행을 해보았는데
어찌나 정확하던지 아이처럼 신바람이 났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어느 길이라도
목적지만 입력해 놓으면 원하는 장소에
마음 놓고 갈 수 있다는 사실 앞에 마음이 얼마나
든든하던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듯했다.
일부러 목적지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가보면
경로 재탐색을 다시하면서 새로운 길로 안내해 주었다.
나는 왜 이것을 진작 준비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성능의 우수함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그 날 ‘네비게이션’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면서 인생과의 상관성에
대해 깊이 묵상(黙想)해보았다.
인생도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어떨까.
칠흑같이 어두운 인생 항로에서
내가 원하는 그 목표로 나를 인도해줄
나만의 인생 네비게이션은 세상 어디에 없을까.
도로처럼 인생 여정에서도 네비게이션은 필요하다.
어느 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또 어디로 가야할지를 정확하게 최선의 길로
인도해주는 인생의 네비게이션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인생의 네비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가야할 목적지를 정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네비게이션이라도 목적지를 먼저
입력해야만 그 기계는 작동되듯이,
인생에서도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자기 인생의
목적지를 알고 정(定)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것을 알 때 비로써 소명(召命)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물건 구입하는 고민보다
인생의 목적이나 사명에 관하여서는
생각조차 않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정말로 자신이
가야할 인생의 방향이나 좌표 같은 것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 인생은 어떻게 될까.
분명히 갈 바를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시행착오만 반복하다가 끝내 자신의 목적지에
다다르지도 못하고 생을 고할 것이다.
네이게이션은 목적지가 있어야만 경로가 생겨
길을 지나치거나 잘못 들어설 때
재탐색에 들어가듯이,
인생에서도 삶의 목적이 분명해야만
현재를 평가하고 잘못된 길을 알고 고칠 수가 있다.
삶의 목적지(目的地)가 있어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인생여정 중 만나는 수많은 풍랑(風浪)속에서도
개인과 가정을 향한 신의 선한 뜻을 믿고
목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입장에서 본다면 자식이 산을 정복하는 데에는
그냥 정상까지 업어다 주는 방법과
스스로 갈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어떤 방법을 택하고 싶어 하겠는가.
나오미는 '기쁨'이라는
이름의 뜻을 갖고 있었지만
그녀의 삶은 불행(不幸)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선(善)한 목적을 믿고 살았을 때
그 이름대로 기쁨이 넘치는 삶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인생의 큰 지도가 이미 만들어진 사람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하지만,
목표가 정해진 사람은 열정을 갖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가 있다.
다음으로는 잘못된 길로 갔을 때
새로운 경로가 안내될 때 그 길대로 가야한다.
지도는 이미 기록된 자료라고 한다면,
네비게이션은 최근 정보까지 입력된 인생의
가장 좋은 안내자(案內者)가 될 수 있다.
지도에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처음 가보는 길에서는 헤매기 쉽지만,
네비게이션은 초행길이라도 또 잘 보이지 않는
야간에서도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다.
사람들의 삶도 겉으로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듯하나 나이가 들수록
어떤 이는 후회와 한숨으로 살아가고
어떤 이는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차이는 오직 그가 얼마나 인생의
원리대로 살았는가에 달려있다.
우리는 날마다 선택해야만 한다.
자신의 육감과 생각으로만 갈 것인가.
아니면 기계가 지시한대로 갈 것인가 라는 선택은
우리 삶을 혼돈스럽게 하는 난제 중의 하나다.
그러나 자신의 육감이 주는 평안함과
합리성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차원이 다른 안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목적지에는 도착해야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건만
우리는 어리석게도 인생의 네비게이션
지시대로 따르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나에게 있지만
추천(推薦)하는 길을 무시하고 여전히
자기 고집대로 간다면 기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마치 신앙인들이 입으로는 주(主)라
고백하면서도 따르지 아니하고 실제의 삶은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과도 같은 것이다.
네비게이션은 나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가야 할 곳과 멈춰야 할 곳 심지어
속도를 줄여할 곳까지 인내심을 갖고 친절한
목소리로 끝까지 안내해 준다.
인생에서도 내가 바른 길을 가지 않을 때,
그는 자연(自然)을 통해서나
친구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안내하건만
듣지 아니할 때는 급박하게 직접 그의 음성을 통해
자신의 뜻을 계시(啓示)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네비게이션은 결코 만병통치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한계성은 있는 법이다.
그 첫 번째는 기계를 너무 의지하는 문제다.
처음에는 길을 보지 않고 네비게이션만 보고 가다보니
알았던 길까지 잊어 버리는 일이 생기게 된다.
우리는 어느 덧 문명의 이기로
핸드폰 저장번호처럼 사람을 숫자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길을 찾을 때 외에는
평소대로 GPS만을 사용한다.
기계는 어디까지나 도구인 것처럼
사람을 수단화해서도 안 된다.
두 번째는 업그레이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특히 새로 생긴 도로 정보에 대해서는 완전히 깜깜하다.
네비게이션은 좋은 지름길을 놔두고
애써서 쓸데없이 먼 길을 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는 최신 정보에 입각해
지름길로 직진해 가려는데,
네비게이션은 자신에게 입력된 잘못된
정보만 되풀이해 외치기도 한다.
네비게이션 지도도 매번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처럼
목적이 있는 삶도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하고
관리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셋째는 네비게이션은 인생을 단거리로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단거리 경주처럼
네비게이션 안내대로 바짝 속도를
낸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이고 인내와 결단,
그리고 마지막에는 큰 힘이 필요한 경기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의 승리(勝利)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過程)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 기계는 다만 가야할 길을 안내 할 뿐
실제적으로 우리를 가게 할 힘은 줄 수가 없다.
그러므로 기계적인 네비게이션처럼
정신적이고 영적인 네비게이션이
아울러 있어야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여정(旅程)에서의 수많은 유혹들을 이기고,
언제나 큰 그림을 보고 인내로 달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마침내 행복한 완주자가 될 것이다.
주여,
독일 어느 교회의 낡은 돌 판에는
적혀있다는 그 시(詩) 내용이
제 마음을 요동케 합니다.
너희 나를 주라 부르면서도 따르지 않고,
너희 나를 빛이라 부르면서도 우러러 보지 않고,
너희 나를 길이라고 부르면서도 따라 걷지 않고,
너희 나를 삶이라 부르면서도 의지하지 않고,
너희 나를 지혜라 부르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너희 나를 부하다 부르면서도 구하지 않고,
너희 나를 어질다 부르면서도 오지 않고,
너희 나를 존귀하다 하면서도 섬기지 않고,
너희 나를 강하다 하면서도 존경하지 않고,
너희 나를 의롭다 부르면서도 두려워 않으니
그런 즉 너희들
너희를 꾸짖어도 나를 탓하지 말라.
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리고 제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제 느낌으로 가지 말로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이끌어 주는
가장 정확한 인생의 네비게이션인 당신께
안전하게 인도함 받게 하소서.
2006년 4월 2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