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왜이래 이런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작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송이 있으니 바로 트로트다. 요즘엔 옛 문화와 물건들을 새롭게 바꾸는 ‘뉴트로’가 유행이다. 트로트는 뉴트로 중 가장 실제적인 분야 중 하나다. 이제 트로트는 애국가처럼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부르고 있으니 생활 속의 재발견 같다. 특별히 이번 추석엔 트로트 프로가 어느 해 보다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나훈아의 ‘2020 한가위 대한민국 어게인’이 왕중왕이 되었다. 콘서트 중 불렀던 ‘테스형!’은 이제 안 부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타가 되 버렸다. 대부분 트로트 가사가 그렇지만 ‘테스형!’노랫말은 어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에 그렇게 좋아하는 모양이다.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 대표적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의미한다. ‘너 자신을 알라!’ 말했던 그를 인용하면서,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든지 노래로 설명하고 있었다. ... 어쩌다 턱 빠지게 웃어도 내일이 두렵다면서..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왜 이래 사랑은 왜 이래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왜 이래... ... ‘2020 한가위 대한민국 어게인’ 타이틀처럼 이 나라 국민들이 다시 새 힘을 얻어 일어나자는 취지대로, 국민에게 힘을 주기 위해 나훈아는 자신이 먼저 어떤 편집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무보수로 무대를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테스형’은 우리에게 더 큰 감동으로 밀려온 것이다. 벌써 노래 효과가 있는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테스형한테 물어봐!’, ‘테스형! 알려줘!’
나훈아는 ‘테스형!’ 노래를 부른 후에, “우린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렇고 세월은 또 왜 저러냐고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더라.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 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말만 했지 뜻은 안 가르켜 주었기에 이 땅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 세상이 왜 이런지 세상이 왜 아픈지에 대해 테스형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으로 그는 노래 했으리라. 소크라테스가 아니더라도 세상 누가 인생에 대해 답을 줄 수 있겠는가. 코로나 19는 우릴 페닉상태로 만들었다. 이런 시절이라면 공자도 맹자도 소크라테스도 인생살이를 모르기에 힘이 들어 나훈아는 테스형에게 물었던 모양이다.
소크라테스는 문답으로 상대의 무지를 깨우치게 했다. 그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연하다고 믿고 여겼던 자신의 논리를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모순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줬다. 그래서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에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언제나 자신은 모르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하여 질문했다. 혹시 그 사람은 그 답을 알까 싶어서다. 하지만 그가 만난 대부분 사람들도 자신처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가 내 아픔을 알겠는가. 나도 모르는데. 누가 내 가능성을 알겠는가. 떽도 없는 소리, 나도 내가 제일 한심스럽게 여기는데... 그래서 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알고 상대의 가능성을 아는 것에서 시작 된다. 지금 어느 누가 삶이 힘들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모두가 아마도 왜 이런지 묻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커녕 내 질문에 답해 줄 사람조차 없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다행이다. 어쩜 나훈아도 모르고 테스형도 모르는 인생살이기에 잘 된 일인지 모른다. 나만 모르면 바보같은데 다같이 모르니 몰라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이 말을 돌려 말하면,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서에서 그가 했던 이 말이 내 졸음을 싹 가시게 했다.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 이 말을 두고 의미를 해석하기 바쁘지만 나는 그냥, 내가 내 인생 책임져야 한다고 받아들였다.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논리지만, 나는 이 시국 앞에선 프로이드의 ‘원인론’에 빠지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아둘러의 ‘목적론’에 마음을 두자고 자신을 계속 설득했다.
교회를 개척한지 거의 4년이 되어 간다. 참..코로나 이 녀석이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고 있다. 가장 단기간에 세상과 인간에 대한 실상을 너무나 똑똑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처음엔 나도 안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다. 이젠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어린아이마냥... 그래,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자고 그녀와 다짐했다. 테스형! 형도 어쩔 수 없을걸... 2020년 10월 18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사진작가:하누리님, 이요셉님, brokenreed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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