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피러한님의 글모음

혼자 사는 세상

유앤미나 2015. 9. 3. 17:43

혼자 사는 세상 어릴 적 내 꿈은 과학자였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그 꿈은 바로 수정될 수밖에 없었고, 청년이 되자 나는 현실적 상황을 좀 더 제대로 인식했는지 그냥 평범한 아버지나 되었으면 하는 꿈도 아닌 지극히 현실에 순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초라한 그런 내 모습이 요즘 젊은이들에겐 결혼 때문에 어떤 꿈보다 요원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세상이 점점 악해지고 있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이전엔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들이 이젠 특별한 일로 여겨지고 있는 현상들이 우리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본시 ‘인간’이란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존재라는 정의에서 가장 핵심은 ‘사람 사이’ 곧 더불어 살아가므로 인간다움이 나타나고 인간의 멋과 맛이 드러나는 법인데 요즘엔 ‘더불어’가 아닌 뭐든지 ‘혼자’ 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음이 우릴 우울하게 한다. 이전엔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는 일들을 본인도 민망해 하고 타인은 그런 모습들을 측은히 여겼건만 지금은 모든 것을 혼자하려고만 애를 쓰고 실제로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기아 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에 ‘나 혼자 산다!’라는 방송까지 생기지 않았던가. 흔히 말하는 ‘나 홀로 족’들이 굉장히 많아져 그들을 위한 문화와 산업가치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현실 속에 염려 아닌 염려를 하게 되는 것은 갈수록 혼자 살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 몰 수밖에 없는 것은 젊은이들이 취직이 늦어지고 결혼이 늦어지고 또한 의식변화로 인해 결혼해야한다는 생각도 약화되어가고 있고, 또 같이 사는 것조차 귀찮게 여겨지는 현대인의 특성이 이 상황을 더 크게 판을 벌리고 있다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 앞에 어찌해야 할지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한다. 물론 인생은 처음엔 혼자였지만 가정을 통해 사회를 알고 세상을 알고 인생을 알고 이웃을 알아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자연의 순리 같았던 이 일조차도 변화라는 흐름으로 혼자 밥 먹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사랑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일이 되어간단 말인가. 가장 쇼킹한 일은 이제 결혼까지 ‘나 홀로 한다’는 일은 이성의 사랑을 벗어나 동성끼리 사랑하는 일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것은 혼자 뭘 해도 다 이해한다 해도 어찌 결혼까지 혼자한단 말인가. 새로운 신조어가 될 ‘싱글 웨딩’도 알고 보면 결혼이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대안의 하나이기에 그들을 탓하기 보단 측은한 마음이 더 들 뿐이다. 결혼이란 당연히 짝이 있어야 하는데 어찌 싱글 웨딩이 가당치나 한 말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웨딩촬영이라도 해놓음으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자는 것이다. 경제적 문제로 결혼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싱글 웨딩으로라도 충족하자는 것이다. 물론 사진첩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남아있지만 배경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암울한 모습이 담겨져 있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짐작하고도 남을 만 하다. 하지만 조물주는 아담을 만드신 후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신 것처럼 혼자 사는 것은 외로움과 불편이라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더불어 사는 것과 단순비교 할 때 인생의 의미나 목적을 알고 공유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일보다 더 심히 염려스러운 일은 혼자 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아감에도 따스함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움과 고독에 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오늘 이 시대에 가장 큰 불행은 따뜻한 품이 없다는 것이다. 과학과 현대문명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준 대신에 따스함을 빼앗아 간지 오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어머니 품이다. 남편에게 필요한 것은 아내의 품이다. 왜 청소년들이 늦은 밤까지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가. 그들에겐 따스한 엄마의 품을 빼앗아 가는 것이 무엇인가. 부부가 왜 서로 갈등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함께 누워도 따스한 온기가 없기에 독신으로 사는 이보다 더 큰 분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리석게도 세상이 주는 권세, 성공과 출세를 위해 오매불망 소유에 집착하고 타인을 의식하며 경쟁 속에 더 굳어진 마음은 위선자가 되어 갈수록 내게 가장 필요한 따스한 품은 더 멀어지자 쉼과 안식을 대신할 어떤 것을 찾느라 가족과 멀어지고 조물주와 멀어지고 있다. 인생 만사 문제도 단순하고 해결도 알고 보면 단순하다. 혼자 산다는 것은 1인 가구를 말하기 보다는 열등감과 소외감에 사로잡혀 이웃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인생을 의미한다. 인간은 흙처럼 약한 존재다. 혼자 살 수 없다. 혼자 살면 반드시 병이 생긴다. 유대인은 1+1=2가 아니라 11이라고 말한 것은 함께 살면 꿀벌처럼 꽃을 교배시켜 좋은 열매를 맺듯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더불어 속에서 만들어져지지만 ‘나’라는 존재는 한시적일 뿐이다. 나를 벗어나 욕망을 벗어나 언제나 남의 덕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을 때 혼자 살든 가족과 함께 살든 11의 위대한 기적은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5년 8월 28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포남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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