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예병일의 경제노트

정명훈, "이제야 아무런 수식 없이 그냥 지휘자가 된 느낌

유앤미나 2014. 6. 17. 20:49

정명훈, "이제야 아무런 수식 없이 그냥 지휘자가 된 느낌"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4년 6월 16일 월요일
월간경제노트구독
-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든 곡을 암보로 지휘하는 당신에게 압도된다고 말한다.
"외워서 하는 건 제일 기본이다. 누구나 공부만 하면 가능하다. 그건 힘든 게 아니다. 악보에 기반해 음악의 영혼을 어떻게 불어넣느냐 하는 점이 힘들다. 순서대로, 아래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음악의 혼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쌓지 않고 그냥 멋있게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론 절대 안 된다. 
악보를 외우는 건 차근차근 올라오는 단계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테크닉과 함께 공부를 하면 되는 지점이다. 많이 공부하고 준비한 걸 가지고 어떻게 하면 음악의 중심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악보를 파고드는 거다."
 
'파리에서 만난 정명훈' 중에서 (객석, 2014.6월호)
 
지난달 23일과 이달 5일 잇따라 말러 교향곡 5번과 2번을 지휘했던 정명훈. 예술의 전당에서 최근 자주 보았던 그가 월간 '객석' 6월호 커버스토리 인터뷰에 나와 반가웠습니다. 그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순서대로, 아래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음악의 혼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쌓지 않고 그냥 멋있게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론 절대 안 된다." 
 
그렇지요, 어느 분야든 그냥 멋있게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아래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겠지요. (인터뷰 내용 중 암보(暗譜)는 악보를 외워 기억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의 살아가는 모습이 떠올려지는 대목도 있더군요.
"사실 나는 집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일도 서울이랑 파리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른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오케스트라들 실력이 워낙 좋다 보니 지휘하기 편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있지 않은가. 나는 적은 수의 친구들과 깊게 사귀고,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친하게 지낸다."
 
그는 이제야 '아무런 수식 없이' 그냥 지휘자가 된 느낌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지휘자가 단지 오케스트라 앞에 서서 박자를 세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더 많은 공부를 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나는 정말로 이제야, 일평생 공부를 하고 난 지금에서야 나 자신을 지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지금까지는?) 젊은 지휘자였지. 이제야, 드디어 아무런 수식 없이 그냥 지휘자가 된 느낌이다."
 
나는 나의 역할과 직업에서 언제 '수식어'를 떼었다고 스스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