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로비다는 만화가이자 삽화가이자 소설가였다. 첨단 기술이 당대 사회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을 빈틈없이 정확하게 그려 내는 그의 솜씨는 공상과학소설에서 최고로 손꼽히던 쥘 베른이나 허버트 조지 웰스까지도 뛰어넘을 정도였다.
그가 쓴 '20세기'나 '전기 인생' 같은 소설을 보면, 헬리콥터, 대형 TV, 24시간 실시간 중계되는 세계 뉴스, 화상 전화, 시험관 아기를 미리 만날 수 있다. 또 그는 전쟁에 생물학이 동원되고, 환경이 파괴되고, 이미지가 실제 세상을 지배하고, 삶의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벌써부터 예견했다...
소설 '20세기'에는 지독히 바쁜 나머지 전화로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오늘날의 웹캠이라 할 만한 '텔레포노스코프'란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원거리에서 영문도 모르는 두 사람의 침실을 감시하기도 한다.(61p)
"그 사람들은 매일 매일을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회의 톱니바퀴에 갇힌 채 지내야 할 겁니다. 그렇게 살면 과연 지금 우리가 마음껏 누리는 소박한 기쁨을 누릴 시간이 그들에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침묵과 고요, 고독의 기쁨을 말입니다. 그 기쁨을 알 기회가 없었으니, 이런 것들을 그리워하지도 못할 겁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이지 불쌍합니다."
오래 전인 1848년에 태어났던 소설가이자 만화가 알베르 로비다. 그가 '1965년'이라는 단편소설을 쓴 뒤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쥘 베른이나 웰스에 버금가는 소설가였습니다.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지요. 그 옛날 소설에 이미 헬리콥터, 대형 TV, 24시간 실시간 중계되는 세계 뉴스, 화상 전화, 시험관 아기를 묘사했습니다.
그는 이런 미래의 모습을 쓰면서, 그 때를 살아갈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했지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말입니다.
그가 묘사했던 것과 비슷한 미래의 모습 속에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혹시 우리가 편리하고 현란한 기술을 누리느라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바쁘게만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로비다가 마음껏 누렸던 소박한 기쁨들, 침묵과 고요와 고독이 주는 기쁨들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