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poem

[스크랩] 시인 윤동주

유앤미나 2013. 5. 25. 19:38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윤동주는 자신을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내몰고,/時代(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최후)의 나>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대의 어둠속에서 <이 지나친 鍊(시련),이 지나친 疲勞(피로)>를 온몸으로 견디며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며 시를 썼다. 시를 쓰는 것은 시대의 어둠 속에 작은 <등불>을 하나 내다 거는일이었다.

 

◆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 길

 

잃어 버렸습니다. 무엇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다문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슬픈 인연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 했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 줄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이들을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눈 오는 지도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꼬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사이로 발자욱을 찾어 나서면 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 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 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 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 만 쓰자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 만 쓰자

출처 : 달빛과 바위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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