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스크랩] 길에서 만나는 행복, 잃어버린 행복 -윤모촌

유앤미나 2012. 7. 26. 20:28

 
길에서 만나는 행복, 잃어버린 행복 -윤모촌
						

오래된 일이어서 어렴풋하나, 소년시절의 교과서에 '행복'이라는 글이 있었다. 행복의 신이, 행복을 원하는 사람의 집을 찾아나서, 이집 저집을 기옷거렸으나 행복의 신은 머무를 곳이 없었다. 한집엘 들어서려 하자 닭이 놀라며 소리를 쳐서 되돌아나온다. 다음 집에서는 사나운 개가 짖어서 되돌아 나오고, 다음은 부자로 보이는 큰집으로 들어섰으나. 주인 내외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 되돌아 나온다. 그러다가 머무르기로 한 곳이 조그마한 집이었다. 그 집에서는 아무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고, 토끼가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이교과서의 글이 무엇을 가르치려고 했는가를 생각해보는 때가 있다. 일제의 식민정책이 조선인에게 저항의식을 갖지 못하게 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으나 행복이란,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 것으로 안다. 사람은 잘 살기를 바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지만, 잘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행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서러운 것 중에서도 배고픈 서러움이 가장 큰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대명사이던 보릿고개라는 말이 사라진 것으로 본다면, 그런 면에서 배고픔을 면한 것은 행복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행복의 신은 우리의 주변에서 편하게 있을 곳을 잃은지 오래이다. 아침에는 조간이, 저녁에는 석간이 사람의 길을 벗어난 일들로 채워져 나오지 않은 날이 없다. 그것을 예삿일로 생각하기까지 이르렀다. 담을 높이고 철대문을 걸어 잠그고도 모자라서 한낮에도 사나운 개를 세워 놓는다. 행복의 신은 그런 집에서 나와 옮겨보려 하지만,옮겨가 보아야 다를게 없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의 신을 찾는다. 생각이 제 각기 달라도 공통점은 행복해지려는 집념 한 가지이다. 하지만 부질없다는 것을 남의 일을 보고서야 한다.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인간이 펼쳐온 불행은 끊임없이 행복보다 앞섰다. 철학,종교,예술이 행복을 가꾼다며 소리를 높여도, 행복의 신은 머무를 곳이 없었다. 가진자는 넉넉한 대로, 없는 자는 없는 대로, 행복의 신에게는 편한 곳이 되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복권을 사들 듯, 행복의 신을 잡으려 한다. 길을 가다가 행복할 때가 있다.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일, 예양바른 사람을 만나는 일, 이것은 삭막한 속에서 행복의 신이 누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부잣집 보다 작은 집을 택했을 때처럼 , 행복의 신은 편하다. 자리를 내주는 사람을 만날 때 행복의 신은 스스로 행복을 일깨워 주어서, 흐려진 마음의 눈을 열어준다. 속으로 다듬어 가꾼 사람들을 보면서,행복의 신은 비로소 안주 할 곳을 찾는다. 하지만 행복을 명함처럼 만들어 보이는 사람들은 행복이 이름 없는 작은 집 문패속에 있고, 실수로 밟은 발등에 대한 인사말 속에 있는 것을 모른다. 공원에서 아이들이 어머니를 따라나와 놀고 있다. 날씨가 화창해서 행복의 신도 마음이 편하다. 어린이들 사이로 내려앉은 비둘기들도 평화롭다. 그런데 그 비둘기들이 이리저리 쫓겨 흩어진다. 어린이들의 헤살을 짓는 까닭이다. 젊은 어머니들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행복의 신은 다시 일어서나, 어디로 가야 할까를 모른다. 너댓 명의 국민학교 짜리들이 버스 운전사에게서 주의를 받는다. 장난을 하면 위험하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젊은 부모들이 있으나 말하는 이가 없다. 행복의 신은 다시 찻속에서, 가야할 곳을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89.1)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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