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아, 내 귀한 손주 철이야, 사람은 말이다.
본시는 너나없이 모두가 한때는 별이었단다.
저 한량없이 넓고 높은 하늘에서 높고도 귀하게 떠서 반짝이다가,
어느날 제각기 하나씩 하나씩 땅으로 내려앉아서 사람의 모습을 하고 태어나는 법이란다.
그래서 어떤 별은 부잣집에 태어나고,
또 어떤 별은 가난하고 궁색한 집 처마 밑에서 생겨나기도 하는 거여.
또 가령, 서울이나 목포 같은 대처로 내려오는 별이 있는가 하면,
우리처럼 이렇게 쬐그맣고 바람 많은 섬 같은 델 찾아 내려오는 별도 있는 법이제.....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별 아닌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단다.
못생긴 얼굴이건 이쁘고 잘난 얼굴이건, 가난뱅이든 천석군 부자이건 간에,
사람은 알고 보면 죄다 똑같이 귀하고 소중한 별이란 말이여.....
그런디도,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연일랑 깡그리 잊어먹어 버렸단다.
제가 본시는 저기 저 높은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잠시 내려와 있는
귀하고 착한 별이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저 서로 아등바등 뜯고 싸우기만 하면서,
평생동안 악착같이 허덕이고 살기만 하다가 끝내는 가련하게 죽어가곤 하는 것이제....."
그럼 언제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거야 할마이?"
"그건 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날 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만 살짝
저 하늘로 올라가서 다시금 별이 되는 거란다."
"야아! 그랬었구나! 별이었어. 내가 내가 말야!"
아, 거기 먹지같은 하늘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무리를 지어
가득히 흩어져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은 거대한 보석상자였다.
이따금 부드럽고 가느다란 실구름들이 그 아름다운 보석들을 말갛게 닦아내며
소리없이 스쳐 흘러가곤 했다.
머리위로는 어디서부턴가 바람이 불어와 소리없이 지나가고,
마을 서쪽의 벼랑 기슭을 핥는 파도소리와 이름모를 해초들의 상큼한 내음이
끊일듯 말듯 우리들의 주변을 맴돌다가 흩어지곤 했다.
별 하나, 별 둘, 별 셋, 별 넷............
임철우/ '그 섬에 가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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