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머리카락이 온통 하얗게 되어서, 가을 바람에 서글피 흩날려도 좋다.
그의 이빨이 조금씩 흔들려서, 틀니를 했어도 좋다.
그러나 그의 걸음걸이는 꼿꼿하고, 그의 눈빛은 그 모진 세월에고 자존심으로 빛나며,
따뜻한 온기를 지닐 것이다.
그가 결혼을 했건 안 했건, 그에게 성공한 자식이 있건 없건, 그는 늘 '홀로'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젊은 날의 그때와 똑같이, 누군가 돌을 던진 연못의 수면처럼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 끝났다고 포기해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뒤돌아보며, 동시에 앞으로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그의 몸은 늙어서 이미 사랑할 수 없으나, 그의 마음은 해바라기처럼 타오를 것이다.
그는 남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잘난 척하지도 비굴한 웃음을 웃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는 자부심을 지닐 것이다.
그 길이 아니면 저 길도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가야 할 단 하나의 길만 있었음을, 그리고 그 길은 아직 멀어어서 죽는 날까지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밭에 농부가 논에 벼를 심듯, 그렇게 평화를 심을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젊음을 질투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에게, 그리고 내게도 있었던 그 젊음을 축복할 것이다.
늙을수록 아름다운 사람, 그는 내 생의 목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