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행복한 떨림
정명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가슴 두근거리고 설레는 떨림
기다림의 마음은 아름답다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일을 희망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의
특권이며 은혜입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마음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노을진 강물이었음 좋겠어
누군가를
기다리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소망하는 사람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기다림의 마음은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