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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름다운길/도종환

유앤미나 2012. 6. 9. 09:42
      아름다운길/도종환 
      너는 내게 아름다운 길로 가자 했다
      너와 함께 간 그 길에
      꽃이 피고 단풍 들고
      길 옆으로 영롱한 음표들을 
      던지며 개울물이 흘렀지만
      겨울이 되자 그 길도 걸음을
      뗄 수 없는 빙판으로 변했다
      너는 내게 끝없이 
      넓은 벌판을 보여달라 했다
      네 손을 잡고 찾아간 들에는 온갖
      풀들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 몸 구석구석은 
      푸른 물감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빗줄기가 몰아치자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넘어질 때 너도 따라 쓰러졌고
      나와 함게 있었기 때문에
      세찬 바람 불어올 때마다
      너도 그 바람에 꼼짝 못하고
      시달려야 했다
      밤새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도
      눈보라 그치지 않는 아침
      너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오른다
      빙판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며 함께 꽃잎 같은
      발자국을 눈 위에 찍으며
      넘어야 할 고개 앞에 서서
      다시 네 손을 잡는다
      쓰러지지 않으며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눈보라 진눈깨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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