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의 가을-이외수-
폐병앓는 가을은
외로움도 깊어라.
낙동강 칠백리에 물비늘로 쓸려가는
마흔 몇 해 내 인생의 조각들도 눈물겹구나
바람은 작두날로 내 인생을 가르고
철새들의 긴 행렬도 흐리게 지워진다
을숙도 모래밭에 파묻어 놓은 말 한마디
살. 아. 봐. 야. 지
갈꽃들이 무더기로 쓰러지는 서쪽하늘
노을만 붉어 내 뼈를 태우더라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인가요?
혈연과 학연 금전과 사랑
참으로 많은 것들을 떠 올려 봅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허리띠의 구멍을 하나씩 더 뚫어야 할 때쯤
텅 빈 허전함으로 가슴이 시려 올 때
섬광처럼 번쩍이는
물음표의 해답을 찾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소중한 것들은 너무나 많고
못다한 일들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만
지금 당신에게
가슴 터 놓을 친구 하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소중한 하나를 간직하고 있는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깊어지는 가을 밤,
세상 사소한 이야기로 꽃 피워 보고 싶은 사람
투박한 얘깃거리도
그저 허물없이 웃어 넘길 친구 하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당신에게 그런 친구 하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소중한 보물 하나를 간직한
인생의 반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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