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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원하십니까

유앤미나 2008. 4. 1. 13:05
복(福)을 원하십니까


매년마다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동해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처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所願)을 빌어본다.

특별히 올해는 역술 상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해’로 알려지면서 갖가지 속설로
아기 갖기 바람도 같이 불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황금돼지 이벤트 홍보를 작년 말부터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모처럼 경기까지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역술가들조차도 정해(丁亥)년을
‘붉은 돼지해’로 해석하는 것 까지는 괜찮지만
‘황금돼지해’로 몰고 가는 것은 억측이라고 말한다.

굳이 역이학적으로 따진다 해도
개인의 운명은 태어난 날과 시에 결정되기에
황금 돼지해가 가지는 운명적 의미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생과 상극을 중요하게 여기는
명리학의 특성상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므로
재운(財運)만큼 역마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열풍은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그들은 올 해 태어난 아이들은 운이 좋다는
속설을 오래 전부터 믿고 있는 터에
장사꾼들이 그것을 이용한 전략에
순진하게도 우리까지 들썩이고 있는 판국이다.

한 마디로 미신적인 근거를 사실로 믿고
복돼지를 통해 대박이 터질 것 같은
믿음이 당장에는 희망이 될지는 몰라도,
그럴수록 일상적인 삶 속에 배여 있는
근원적인 복(福)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복권보다 더 허무한 복이
아닌 진정으로 복의 개념을 바로 알아야 한다.





첫째로 복(福)이란 특정한 날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니 웬일로 황금돼지해 첫날
돈사(豚舍)에서 불이나 사육 중이던
돼지 2,000여 마리가 불에 타 죽었단 말인가.

사람들은 어떤 특정일을 강조하고
특별한 의미를 두려고 하지만 해가 바뀐다고
하늘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이지
특정한 해나 날 자체가 능력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사하나 하는데도
손(損)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악습이 있다.

‘손 있는 날’이란 악신이 움직이는 날로,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손 없는 날을
각종 택일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손 없는 날 이사는 평일보다
비용도 더 많이 들지만 많은 집이
이사 하느라 사고는 가장 많이 나는 날이 된다.





그러므로 뿌리지 않고 많은 것을 거두려는
어리석은 미신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톨스토이가 항상 가슴에 담고 있었다는
세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되묻곤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가장 중요한 일,
가장 중요한 때의 공통점은
‘현재(現在)’라는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오늘'에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 현재와 선물은 ‘present’로
사용하듯이 행복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 이 순간 내 마음에 달려 있을 뿐이다.

곧 오늘이란 순간이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때 복은
저절로 따라오며 또 그런 사람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복의 통로(通路)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특정한 시간이 다른 날에 비해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올 2007년은 우리나라와
나아가 동북아의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뜻 깊은 해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평상시에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중요한 올 한해가 더 빛이 날 수도 있고,
최악의 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초 해를 보면서 가졌던
꿈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갖는 자체가 복(福)인 셈이다.





둘째로 진정한 복이란
말이 통(通)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세상에서 기뻤던 일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때이고,
반면에 절망했던 일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다.

말이 통하면 세상(世上)이 달라 보인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내일이 두렵지가 않다.

친구란 말이 통하는 사람이요,
말이 통하면 평생 친구처럼 살 수 있다.

그래서 이상적인 배우자를 찾을 때
부(富)와 건강도 조건이 되겠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인생을 아는 사람의 지혜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불행은 돈보다는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더 어렵기에,
돈과 다른 것을 통해 친구로 여기며 살아보지만
말이 통하지 않기에 풍요 속에
빈곤한 삶이 되고 있다.

천재(天才)는 자신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평생을 고독(孤獨)과 싸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머리는 둔재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기에 언제나
천재 같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

오죽하면 가수 길은정 씨가 암으로
죽어갈 때 말이 통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그녀의
바람이 백번 천 번 이해가 되었던 것은
우리는 죽기 전이라도 날마다 이미
그런 경험 속에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이해하기 보다는 이해받길 원하고
사랑하기 보다는 사랑받길 원하는 것처럼,
정작 ‘나부터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자!’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가.

우리가 대화를 어렵게 느끼는 것은
각기 자신만의 가치관이라는 채널을 통해서
말을 하기 때문에 인내(忍耐)하고 그 코드를 읽어내지
않고는 누구와도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코드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함이요,
더 나아가 동반자로서 인정함에 있다.

오늘 신문에 보니 어떤 어머니는
첫 아이가 악성 자폐아를 키우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폐를 고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자 그 때부터 세상이 즐겁더라는
기사를 읽으며 나는 뒤통수가 무엇으로
맞은 듯한 느낌을 가졌던 것은,

자폐아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그 자체를 축복으로 여기지 않고는
내 인생은 절대로 행복(幸福)할 수 없다는
특별한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복을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복 받을 짓을 해야 한다.

복이란 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 받을 그릇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
복 받을 그릇이란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다.

최고의 설교라는 산상수훈에서 복 있는 자는
심령이 가난한 자부터 시작한 이유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

가난이란 교만과 반대되는 겸손한 마음이다.
교만하면 마음이 꽉 차서 타인의 말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늘 일방통행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런 사람에겐 복(福)도 화(禍)가
되지만 마음이 가난하면
아는 것을 실천하는 자로 살기에
들어가도 복이요 나가도 복이 된다.





엘머 타운즈의 ‘축복하는 사람이 축복을 받는다’
는 책에서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대접하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을 축복할 때
당신도 축복을 받는다는 것을 역설했다.

모름지기 신(神)이 인간을 불쌍히
여기듯이 그도 사람을 바라보는 초점이
여기에 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무슨 특별한 착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남이 잘 되길 바라는 최소한의
심보를 갖는 일에서
그의 축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 것은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 될 때,

사람들은 끌릴 것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며 함께 있으려 하기에
세상 복 뿐만 아니라 하늘의 복까지
쏟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주변으로부터 원망(怨望)을 듣는 사람이
절을 하고 예배를 드린들
그것이 무슨 의미(意味)가 있겠는가.
아니 그런 사람 심보도 모르고 복을 줄만한
눈 먼 신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겠는가.

소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고 했듯이,
약한 자를 불쌍히 여기고 그의 필요를
말없이 공급하는 작은 손길이
이미 로또보다 더 나은
축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주여,

진정한 복은
당신과의 사귐을 통해
자족의 삶을
살아갈 때

사람들이
그리도 원하는 복도
물론이지만,

절제를 통해서도
나눔을 통해서도
아니
가난을 통해서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복(福)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애통하는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게 하시고,
긍휼한 마음으로
저들을 대하게 하소서
...

2007년 1월 7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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