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스크랩] 사진일까 그림일까?

유앤미나 2016. 1. 4. 11:04

"어머나, 이정재 사진이네.. 저건 정우성이고".
젊은 작가 강강훈(30)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배우 이정재, 정우성의 사진인줄 안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얼굴을 슬쩍 쳐들고, 담배를 꼰아문 표정이 범상치않아 '색다른 인물사진'쯤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작품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면 "어라, 그림이네"하고 모두들 놀라게 된다.

초대형 화폭에 인물의 보송송한 솜털이며 땀구멍까지 일일이 그려내는 화가 강강훈이 오는 19일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이미 독일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그의 인물화 연작이 큰 파장을 일으키며 솔드아웃된바 있으나 국내에서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의 부제는 '모던 보이'. 강강훈에게 있어 '모던 보이'란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공상과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작가는 '모던 보이' 연작을 통해 현대인이 꿈꾸거나 간직하고자 하는 공상의 한 순간을 압축해낸다.

그것은 곧 현실과 꿈의 경계일 수도 있고, 순수와 통속의 경계일 수 있으며 강박과 자유로움의 경계일 수도 있다. 피를 말리는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열(?)차게 내달리던 도시인들이 어느 날 "아, 내가 왜 이러지?"하고 멈춰선 순간인 것이다. 그 순간 인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허허'하고 쓴웃음을 날리기도 하며, 입을 삐죽거리며 꼰아문 담배에 힘을 주기도 한다. 이정재는 오른쪽 눈을 찡긋 감고 있으며 노주현은 눈을 동그라게 뜨고 활짝 웃고 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머리에 흰 면도크림을 얹고 파안대소를 터뜨리고 있다.

이같은 표정은 작가가 각 대상들(일반인도 여럿이다)과 대화를 나누며 카메라에 포착한 것이다. 그리곤 작가는 이를 그림으로 옮긴다. 한달에 겨우 1점만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엔 엄청난 시간과 공력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살아가는 '수동형의 인간'에게 역설과 유머를 부여하며, 한순간이나마 여유와 일탈을 꿈꾸게 한다.

경남 진주 출신의 강강훈은 원래 공대 지망생이었다. 공대를 목표로 공부하다가 대학입시를 얼마 안 남기고 미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방향을 틀었다. 경희대 미대(서양화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대학시절 미국작가 척 클로스(69)의 초상화와 판화에 매료돼 자료를 모으고, 석사논문까지 썼다. 그리곤 작업도 대형인물작업을 하게 됐다.

작가는 "척 클로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건 맞아요. 현대인의 정체성을 집약해 보여주는데 있어 얼굴만큼 좋은 게 없죠. 물감을 오로지 세가지 색깔만 써서, 그 색(작은 픽셀)의 농담만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척 클로스의 작업, 참 대단하거든요. 하지만 제 작업은 리얼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 다르죠"라고 말했다.

흔히들 그의 그림은 극사실주의로 분류되곤 한다. 극사실회화 그룹전 등에 자주 초대되곤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극사실 기법을 활용하는 건 맞지만 극사실주의는 아니라며 자신의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리얼리즘'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내 그림은 정성을 들인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거기엔 외로움을 동반한 시간이 묻어 있다. 나는 현대인들이 꿈꾸거나 간직하고 있는 공상과 현실간 경계를 표현하고 싶다. 지극히 부자연스런 것들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아이러니가 이 시대 사람들에게 심장을 두드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는 10월3일까지. 02)549-7575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출처 : 잡초..
글쓴이 : 잡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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