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양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양계야말로 진실로 좋은 농사다. 그러나 양계에도 품위 있고 저속하며, 깨끗하고 불결함의 차이가 있다. 참으로 <농서>를 완벽하게 읽어 가장 좋은 양계법을 골라 시험해 보는데, 더러는 색깔과 종류로 구별해보기도 하고 홰를 다르게 만들어 닭을 기르며 남의 집 닭보다는 더 살찌고 더 잘 번식하게 해야만 한다"...
"어떤 경우는 닭의 정경(情景)을 시로 읊어서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사물에서 물태를 파악하는 일도 해야 하느니, 이래야만 독서를 한 사람의 양계인 것이다."... (281쪽)
다산 정약용 선생이 둘째 아들 학유가 집에서 닭을 기르는 양계농사를 한다고 하자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닭을 기를 때도 '품위있게' 기르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양계를 할 때도 품위 있는 것과 저속한 것의 차이가 있으며, 깨끗하고 불결함의 차이가 있으니 유의하라는 겁니다.
'졸렬한 사람의 양계'를 하지 말고 '품격 높은 양계'를 하라며 이런 말도 했습니다.
"만약 이익만 보느라 의를 보지 못하고, 기를 줄만 알고 기르는 취미를 모른다면 졸렬한 사람의 양계일 뿐이다."
우리도 무엇을 하던지, 이익과 의를 모두 생각하고 기술과 품격을 함께 갖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