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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명화 속 성경이야기 (16) 그리스도의 승천

유앤미나 2015. 2. 23. 15:06


 

<명화 속 성경 이야기 16>

그리스도의 승천

 

 

그리스도가 지상을 떠나 제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사건을 전하는 기록은 마가와 누가복음, 그리고 누가가 쓴 사도행전인데, 이들 중 사도행전이 다음과 같이 가장 자세히 언급하였다.

사도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 물었다. “주님, 지금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다시 나라를 일으키실 때입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신 다음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예수님께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갈릴리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사도행전 1:6-11)

 

     렘브란트 [그리스도의 승천] 1636년, 캔버스에 유채, 뮌헨 알테 피나코데카

 

예수의 승천은 4세기부터 그리스도교 전례력에서 중요한 축일중 하나로, 부활 후 40일째에 지내고 있다. 승천의 장소로 알려진 올리브 산에는 390년 경, 포이메니아(Poimenia)라는 로마의 신심 깊은 여인이 최초의 교회를 세우고 ‘엘레오나 바실리카(Eleona Basilica)’라고 이름을 지었다. 엘레오나는 그리스어로 ‘올리브 동산’과 ‘자비’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최초의 이미지, 성부의 손을 잡고 승천하다

 

최초의 이미지는 400년 경 제작된 상아 패널에서 나타난다. 이 패널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을 한 장면에 담고 있는데, 부활한 그리스도가 자신의 무덤에 찾아온 세 명의 여인과 만나고 있는 장면이 화면 하단에 나타난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그리스도가 비탈진 산등성이를 올라 (구름 속에서 나온) 성부의 손을 잡고 있다. 승천의 순간 성부의 손을 잡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발치에는 두 제자가 등장하는데, 한 명은 두려움에 얼굴을 가리고 움츠리며, 다른 한 명은 팔을 벌리며 매우 놀라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리스도의 승천] 400년 경, 상아 패널, 국립 바바리안 미술관, 뮌헨

 

                 라불라 복음서, 586년 경, 양피지, 27cmx34cm,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소장

 

한편 586년 완성된 라불라 복음서에 등장하는 [그리스도의 승천]은 이후에 나타나는 도상의 원형이 된다. 화면은 상/하로 나뉘고, 상단에는 만돌라에 쌓여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그리스도가 있고, 하단에는 승천을 놀라며 지켜보는 제자들과 “갈릴리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고 물었던 흰 옷을 입은 천사들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화면 한 가운데, 성모 마리아가 기도자의 자세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비잔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동방 교회에서는 승천을 교회의 중요한 신비로 여겼고 여기서 마리아는 지상의 교회를 상징하는 메타포로 해석되기도 한다. 성서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승천의 장소에 있었는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승천은 때때로 성령 강림과 혼재되거나, 연속적으로 그려지므로 이후 마리아는 승천 장면에 줄곧 등장한다.

 

승천의 증거, 남겨진 발자국

 

1110-15년 경, 로마네스크 순례식 성당, 툴르즈의 생 세르넹 교회(Basilica of St. Sernin)의 출입문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승천]은 건축적 요소에 의해 두 부분으로 나뉜다. 즉 상단, 팀파늄 부분에는 천사들과 함께 승천하는 그리스도, 그리고 하단 린텔 부분에는 12제자들이 묘사되었다. 일렬로 늘어선 제자들 중 가운데 있는 베드로는 그의 지물인 천국의 열쇠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제자들은 벽돌처럼 생긴 책을 들고 있다. 그리스도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틀고 있으며 두 손을 벌리고 마치 구름 위를 떠 있는 모습이다.

 

        [그리스도의 승천] 1110~1115년 경, 생 세르넹 교회, 툴르즈

 

승천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은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13세기에 프랑스 북서부의 수도원에서 그려진 필사본에는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난다. 황금색 바탕에 매우 간결하고도 화려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는 승천하는 그리스도의 몸은 사라지고 발만이 묘사되었다. 이렇게 승천하는 그리스도의 발만을 표현한 것은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사도행전 1,9)는 표현에 기인한 것으로 결국 제자들은 승천하는 그리스도를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4세기 필사본 화가들은 올리브 동산 위에 승천한 그리스도가 남긴 발자국을 그리기도 하였다.

 

[그리스도의 승천] 13세기 필사본

 

[그리스도의 승천] 14세기 필사본

 

1304-6년 지오토가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그린 그리스도의 일생 중 한 장면인 [그리스도의 승천]은 성서 원문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되었다. 승천하는 예수의 손에 주목하면, 마치 그림 밖으로 나가려는 것처럼 그의 손을 프레임 끝부분에 위치시켰다. 구름을 딛고 승천하는 그리스도의 자세는 매우 역동적이며 측면으로 그려져 더욱 생생하다. 승천하는 예수 좌우에는 천사들의 합창단과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들이 함께 등장한다. 화면 하단, 지상의 공간에는 성모와 11명의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로 승천하는 그리스도를 쳐다본다. 지오토가 제자들을 11명으로 그린 이유는 유다를 대신할 인물을 아직 선택하지 않았던 예수 승천의 시점을 정확히 묘사한 것이다.

 

       지오토 [그리스도의 승천] 1304~1306년 경, 프레스코, 스크로베니 예배당,

       파도바

 

천상과 지상, 분리에서 연결로

 

15세기에 이르면 그리스도의 승천이 제단화로 종종 그려진다. 1460년대 이탈리아 북부에서 활동했던 안드레아 만테냐의 [그리스도의 승천]은 만토바의 공작 루도비코 곤자가(Ludovico Gonzaga)의 궁전, 카스텔로 디 산 조르조의 채플을 위해 만든 제단화의 일부이다. 그리스도는 만돌라 형태의 구름에 쌓여, 부활을 상징하는 승리자의 깃발을 들고 한 손을 들어 축복의 자세를 취하며 승천한다. 만테냐는 겹겹이 쌓인 회색의 구름 사이로 붉은 케루빔(cherubim)을 함께 그리고 있다. 또 그리스도의 시선은 하늘을 향하지 않고, 아래를 향하고 있는데 이는 루카복음에서 언급한 대로, 손을 들어 강복하며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제자들은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원을 그리며 모여 있고, 그들의 자세는 무릎을 꿇은 이부터 팔을 들고 보다 멀리 보고자하는 이까지 매우 다양하다. 만테냐는 마치 고증학자처럼 특유의 정밀한 방식으로 인체와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란테 자세를 취한 성모 마리아, 그리고 바위산 위에 남겨진 발자국 등은 이전의 도상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만테냐 [그리스도의 승천] 1461년경,

목판에 템페라, 42.5cmx86cm, 우피치 미술관

 

[그리스도의 승천] 1485년 경, 패널에 템페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드, 시카고

 

1485년 경 프랑스의 피카드리 지방의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의 제단화로 그려진 [그리스도의 승천]에는 둥근 올리브 산 왼편 중경에는 당시 이 수도원이 있었던 아브빌의 풍경이 등장한다. 하늘에서는 황금색 빛이 나와 그리스도를 감싸며, 좌우의 구름은 곧 그의 모습을 사도들의 시야에서 가릴 듯하다. 예수는 사도들을 축복하며 이제 막 하늘로 오르기 시작한 듯, 둥근 산에서 살짝 발을 뗀 모습이며 발자국도 선명하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는 제자들의 자세는 다소 어색하지만, 그들의 제스쳐는 놀라움과 찬미를 표현한다. 화면 왼쪽 성모 마리아는 두 손을 모은 경배의 자세를 취하며, 가장자리를 금으로 수 놓은 화려한 망토를 입고 있다. 여기에는 SA/:REGINA:MISERICORDIE:VITA:DULCEDO: ESPES NOSTR[A]:SALVE:A (자애로우신 여왕이시여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십니다) 라는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회화에 등장하는 장식적인 문자의 도입은 필사본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천상의 공간과 지상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그려지던 [그리스도의 승천]은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렘브란트의 작품에서처럼 구름과 천사들에 의해 두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바로크적인 역동성을 띠게 된다.

 

글 정은진 / 문학박사 | 서양미술사

중세 및 르네상스 미술사 전공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강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서양미술사를 가르친다.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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