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덕과 도
夫德之凶 莫如不誠 不誠則無物
故秋之不實曰凶 惟德能遠其世 故曰邁種德是也
譬諸草木 旣實矣 宜可以種 種者 生生之道也
故稱仁焉 仁者 不息之道也 故稱子焉 推一果核
而衆理之實可驗矣 (「李子厚賀子詩軸序」)
무릇 덕의 흉(凶)한 것으로 성실하지 못한 것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성실하지 못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결실이 없는 가을을 흉년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오직 덕이 있어야 그 대(代)가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
'힘써 덕을 심는다'함은 이를 말함이다.
초목에 비유컨대 이미 열매를 맺었다면 당연히 종자를 뿌릴 수가 있으니,
씨앗이란 ‘낳고 낳는 길(生生之道)’이다.
그러므로 인(仁:씨앗 인)이라고 일컫는 것이며,
인이란 ‘쉬지 않는 길(不息之道)’이니, 때문에 그 인을 씨앗(子)이라 일컫는다.
이렇게 과일의 씨 하나를 미루어도 뭇 이치의 실상을 징험할 수 있는 것이다.
삶에는 수없이 많은 씨앗들이 있다.
마음이라는 씨앗, 사랑이라는 씨앗,
성실이라는 씨앗, 친절이라는 씨앗,
말이라는 씨앗, 웃음과 미소라는 씨앗,
감사라는 씨앗, 용서라는 씨앗,
덕이라는 씨앗, 정(情)이라는 씨앗,
꿈이라는 씨앗 그리고 또 미움이라는 씨앗,
상처라는 씨앗, 다툼이라는 씨앗,
불평이라는 씨앗, 오만이라는 씨앗,
무례(無禮)라는 씨앗, 불신이라는 씨앗,
이욕이라는 씨앗, 경솔이라는 씨앗,
고집이라는 씨앗 등등 실로 무수히 많은 씨앗들이 있다.
우리는 삶에 어떤 씨앗을 뿌리고 심을 것인가?
나의 미래를 보고 싶은가?
그러면 무엇보다 내가 뿌렸고, 또 지금도 뿌리고 있는
숱한 ‘씨앗들의 눈’을 보아야 할 것이다.
저 울창한 낙락장송(落落長松)도
근본은 작은 씨앗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씨앗 하나 안에 이미 낙락장송의 푸른 그늘이 들어 있는 것이다
상용(商容)은 노자(老子)의 스승으로
스승은 늙고 병들어 이제 곧 숨을 거두려고 하였다.
노자는 마지막으로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상용은 자신을 낮추는 데서 나온 예의 바른 행동과
윗사람을 공경하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이와 혀에 관한 가르침을 주었다.
스승이 입을 크게 벌려
입 속을 혀가 있는지를 보게 하였다.
물론 혀는 있었다.
다음으로 이가 있는지 보게 하였다.
상용은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빨이 다 빠지고 없었다.
그러자 노자가 말하였다.
"이빨처럼 딱딱하고 강한 것은 먼저 없어지고,
혀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남는다는 말씀이시군요."
상용이 혀와 이빨을 차례로 보여준 것은
부드럽게 남을 감싸고,
약한 듯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오래 동안 복을 받고 잘 살 수 있다란 뜻이었다.
種德!
삶에 힘써 '덕을 심는다'는 말은 얼마나 시적인가.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심는 씨앗이 아니던가?
누구에게나 인생이라는 가을은 어김없이 올 것이니,
덕과 성실과 자비의 씨앗을 많이 뿌렸다면
삶의 추수에서 흉년은 없을 것이다.
행인(杏仁:살구씨)처럼 향기 나거나
낙락장송처럼 울창한 덕의 씨앗을 정성껏 심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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