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묘사한 하이데거의 상상력은 그대로 한 편의 시이다.
[끈 달린 낡은 구두]
닳아빠진 구두 내부의 어둠 속에서부터 노동자의 고단한 발걸음이 밖을
응시하고 있다.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구두 안에는 황량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한없이 멀고 단조로운 밭고랑을 수도 없이 밟고 지나갔을 그녀의 강인한 발걸음이
응축되어 있다. 가죽 위에는 흙의 축축함과 비옥함이 누워 있다. 구두창
밑에는 땅거미 질 무렵의 들판길의 고독이 납작하게 눌려져 있다. 구두 안에서는
대지의 말없는 부름, 익어 가는 곡식의 조용한 선물, 바람 부는 텅 빈 밭의
황량함이 보여 주는 알 수 없는 자기 - 거부 등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이 제품에는
빵의 확실성에 대한 불평 없는 걱정, 또 한 번의 곤궁을 이겨 냈다는 말없는
기쁨, 임박한 출산 앞에서의 불안감,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 앞에서의 떨림이
스며들어 있다. 이 제품은 대지에 속해 있고, 농부 아내의 세계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예로 들었다. 착용자의 고단한 삶과 노동이 각인되어 있는 찌그러지고
망가진 낡은 구두를 통해 그는 예술작품이 단순한 제품적 성격을 넘어 존재의
진실을 드러내 준다는 것을 해명하였다. 또한 그는 예술작품이란 존재의 진실로
도약하기 위한 스프링 또는 도약판이라고 하였다.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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