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스크랩] 권력의 힘과 무상함

유앤미나 2012. 7. 7. 22:16

[박희숙의 명화읽기] 권력의 힘과 무상함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한 싸움을 평생 동안 한다.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성공을 향한 집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도사가 되지 않을 바에는 거기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사회는 성공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않는 사람으로 편을 가르기 때문에 결코 부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하지만 평생 달려가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성공이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도 막상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더 큰 것을 욕심내게 된다. 어떤 방법으로 성취를 해도 다른 욕망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평생 욕망의 목마름이 해갈되지 않는다.


자크 루이 다비드 Jacques-Louis David (1748-1835)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도] Napoleon Crossing the Saint Bernard
1800-01, oil on canvas,
Musée National du Château de Malmaison, Rueil-Malmaison.

권력의 진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부와 권력이 주는 매력에 빠지면 거침없이 달려 나갈 수밖에 없다. 더 큰 것을 잡기 위한 욕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으로 기존의 통념을 뒤흔들면서 세상을 정복했던 나폴레옹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권력을 잡았던 인물이다.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도’는 권력자의 모습을 가장 이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나폴레옹 시대의 화가는 황제의 이상적인 모습을 선전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나폴레옹은 성공을 위해서 정치 선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프랑스 혁명시절부터 선전 미술과 정치 신문 삽화 등을 통해 정치적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가 가질 수 있는 파급력을 일찍이 깨달았던 나폴레옹은 그림의 주문과 검열, 수상제도를 철저히 운영해 나갔다. 그는 그 당시 프랑스 미술의 흐름을 자신의 취향대로 이끌어 갔고 황제양식이라는 새로운 것을 등장시킨다.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도’는 스페인 왕 카를로스 4세가 다비드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는 이미지가 성공적이어서 그 이후 3년 동안 다비드와 조수들은 네 점의 복제화를 더 그렸다. 이 작품이 제작될 당시 나폴레옹은 황제가 아니었다.

사나운 말 위에 앉아 있는 나폴레옹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알프스 저 너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나폴레옹 발밑에는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 대제와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정교하게 꾸며낸 이미지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말 대신 산길에 강한 노새를 타고 산을 넘었다.

다비드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나폴레옹에게 직접 모델을 해달라고 청했으나 나폴레옹은 거절했다. “초상화와 내가 닮고 안 닮고는 중요하지 않다. 천재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그리면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칼을 들고 앞발을 든 말 위에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다비드는 이 작품에서 역사적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이상화된 통치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이 타고 있는 말을 표현하기 위해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의 기마상에서 말을 보고 묘사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에 가담해 수석 궁정화가가 됨으로서 나폴레옹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가가 되지만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한스 홀바인 2세 Hans Holbein the Younger(Approx. 1497-1543)
[대사들] Jean de Dinteville and Georges de Selve (The Ambassadors)
1533, oak
National Gallery, London

권력의 무상함

세상을 뒤흔들었던 인물이나 민초들이나 결국 자신이 소유하는 것은 몇 평방미터의 땅이다. 고단한 인생하고 싸운 전리품치고는 너무나 초라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밖에는 차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몇 평방미터의 땅을 위해 부와 권력에 집착을 하고 평생 그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

한스 홀바인 2세(1497/8~1543)의 ‘대사들’은 2인 초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초상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중요 메시지는 죽음은 가까이 있으나 인간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부 묘사가 뛰어난 ‘대사들’은 왼쪽에 있는 영국으로 파견된 프랑스 대사인 장 드 댕트빌의 주문에 의해 제작된 작품으로 오른쪽에 있는 인물 역시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1세의 비밀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 조르주 그 셀브 주교다. 실물 크기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커튼을 배경으로 두 남자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보통 초상화에서 인물이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데 홀바인은 이 작품에서 탁자를 화면 중심에 배치해 다른 작품들과 차별을 두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화면 중앙에 있는 비틀린 해골이다. 이러한 기법은 왜상이라고 하는데 극단적인 각도에서 보아야만 원래의 형태를 알아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왜곡된 해골을 제대로 보려면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유리 실린더나 홀바인 시대에 유행했던 유리잔을 통해야 한다. 해골의 의미는 인간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 커튼 뒤로 은빛 삽자가 상이 있다. 해골과 마찬가지로 초상화의 인물들이 사회적 지위와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도 그들 역시 언젠가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탁자에 기하학 무늬의 양탄자는 아나톨리아 서쪽에서 수입된 물건으로 이들의 부유함을 상징하고 있고 탁자 위에는 천구와 전체를 관측할 수 있는 기구들이 놓여 있다. 이는 두 사람이 탐구하는 지식인임을 암시하면서 지식인들의 활동은 수세기 동안 사회의 틀을 깨고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탁자 아래쪽 선반에는 지구본과 류트 악기 그리고 찬송가책이 놓여 있다. 목이 부러져 있는 류트가 암시하고 있는 것은 신·구교 간의 종교 갈등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탁자 위 주교 드 셀브 팔꿈치 아래 있는 라틴어로 쓴 책에 쓰여진 글은 주교의 나이가 25세라는 뜻이며 대사가 들고 있는 단검에 새겨져 있는 숫자 29도 대사의 나이다.

한스 홀바인은 여러 가지 물건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했다

2007-04-20 / 이코노믹 리뷰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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