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체인서점과의 경쟁에 밀린 때문입니다. 주말이나 저녁때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동네 서점이 없어지는 것은 아쉬움이고 손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이지요.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Powell's City of Books). 대부분의 독립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서점이라고 합니다. 신간과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독립 서점... 포틀랜드 시내 번사이드 스트리트의 도시 블록 전체에 걸쳐 있다고 합니다. 1년 365일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고, 책으로 가득 찬 방 여덟 개가 세 개의 층에 퍼져 있어 곳곳의 구석에 앉아서 책을 편안한 마음으로 넘겨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그런 따뜻한 느낌의 서점이라고 합니다.
1960년대 말 문을 연 파월스는 오리건 주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책읽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메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결혼하고 싶어하고 그곳에서 영원히 살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골이 캡슐에 담겨 상점의 기둥 속에 들어가기도 했고, 콘크리트와 섞어 바닥의 일부가 된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지요.
포틀랜드의 3대 관광명소가 '포틀랜드 미술과', '오리건 과학산업 박물관', 그리고 이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라고 합니다. 예전에 오리건 포틀랜드의 '장미축제'가 유명하다고 해서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이 서점을 못가본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이 책을 출판한 '포트폴리오' 출판사의 편집자가 하루는 책을 한 권 구하러 파월스에 들렀습니다. 그는 제목도 저자 이름도 몰랐지요. 다만 그 책이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 영감을 준 책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파월스 직원에게 그런 책을 아느냐고 물었고, 그 직원은 알아봐주겠다며 자리를 떴습니다.
서점의 데이타 베이스에서 검색을 해보러 간줄 알았던 파월스의 직원은 "이러이러한 책을 아는 사람이 없느냐"며 매장 전체에 구내 방송을 했습니다. 고객 다섯 명이 책을 읽다가 시간을 내서 계산대까지 왔고, 그 편집자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것이 파월스의 직원과 고객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두가 모두를 돕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파월스를 보며 우리 주변에도 책과 관련된 따뜻한 장소, 모임, 그리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 사회가 진정 풍요로운, 살맛 나는 곳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