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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폭설 - 마 종 기

유앤미나 2010. 8. 22. 14:51
      폭설 마종기 무엇이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가 깊은 산 속에서 만난 눈사태 앞이 보이지 않게 한점 없이 내리는 꽃잎 눈 내리는 소리는 침묵보다 조용하다 온 몸에 눈 덮고 잠이 드는 나무들 아름다운 것은 조용하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간단하다 아직 잠들지 못한 나무는 추위를 많이 타는가 폭설을 핑계 삼아 기대고 다가서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게 서로를 만지는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큰 눈꽃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용한 것이 무서워진다 저녁이 내리는 우리들이 무서워진다 눈 많이 온 날 안도현 눈 많이 온 날 장수에서 비행기재 겨우 넘어온 김선생이 말했다 안선생, 내 갤로퍼가 눈길에 토끼를 치었어요 귀가 갑자기 토끼처럼 길쭉해진 안선생이 김선생을 따라나섰다 비탈진 고갯길 눈 뒤집어쓴 마른 억새 밑둥치에 토끼가 납작 엎드려 있었다 옆구리에 얼룩진 핏자국을 눈발이 슬슬 가려주고 있었다, 왼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브레이크를 잡을 수가 있어야지,하고 김선생이 말하자 안선생이 고래를 흔들며, 자동차에게는 측면이었지만 토끼한테는 정면이었겠지요, 하고 말했다 김선생이 머리를 긁적였고, 그러자 하늘이 토끼털처럼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괜히 짠해졌고, 토끼를 풀숲에 다시 던지고는 허청허청 고개를 내려왔다 퇴근 무렵 서무실에서 토끼탕을 끓였으니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날은 정말 눈이 많이 와서 안선생도 소주가 싸하게 생각나던 참이었다
      ♡Namaste♡> [지금 이순간 당신을 깊이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2009/12/27/상그릴라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상그릴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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