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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폭락 40빵

유앤미나 2008. 4. 3. 19:39



인생 폭락 40빵


몇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개그맨 김국진 씨가 어느 프로에 나와서
무명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스토리를 여과 없이
쏟아놓는데, 순간 나는 식사하다가
연예교(敎) 맹신도가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얼음과자가 된 채로 청종하였다.

그는 개그맨 데뷔 초부터
큰 인기를 얻던 중 선배들과 마찰로
다투다가 연예계에서 영구 제명(除名)되어
졸지에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3년이 지나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그는 이전보다 더 강한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무슨 말을 하든지 그가 했던 말은
다음 날 유행어가 될 정도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듯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을 때에,

그 여세를 몰아 미모의 탤런트와 결혼하고
또 애완방송 사업까지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때부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주식이 폭락하듯 그가 하는 일마다
인생 폭락(暴落) 40빵을 맞게 된 것이다.





잘 될 때는
실력이 없어도 무슨 시험이든
다 붙고 뭘 해도 다 잘 되었는데,
안 되기 시작하니
잘 되던 일도 자기가 만지면
깨지고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 땐 너무 고통스러워
집하고 논두렁만 오갈 만큼
단 일분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었다고 한다.

그 날 방송에선 개그맨 김용만 씨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국진 씨가 어려울 때,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연과 함께
그의 실패에 대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지적(指摘)했다.

‘저는 옆에서 김국진 씨가
폭락 30빵을 맞는 것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그 모든 슬럼프의 원인(原因)은...
골.프.에 있었습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았듯,
사실 그의 인생 폭락을
운명(運命)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미 어두운 기운이 가까이
다가올 때 빨리 그것을 눈치 채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는 오직 골프에 미쳐있느라
예고된 불행임에도 피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다 반대했음에도
프로골프 진출이라는
끊임없는 유혹(誘惑) 앞에 그는 몰래
시험 보느라 가정과 사업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너가고 있었다.





골프는 도피성 유학으로 건너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그에게 인생재미를 느끼게
했던 마력(魔力)과 같은
스포츠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경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으로 하는 운동에서 골프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없기에 가장 짧은 시간에
사람 망치는 일에도 이보다
더 좋은 게임도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게임의 고수(高手)들도 열의 일곱은
지게 만드는 특이한 스포츠인
골프는 모두를 바보로
만든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기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을 골프에 더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는 잘 안되었지만,
다음에는 꼭 될 것 같은 것이 골프다.

한 번이라도, ‘이제 됐다. 감 잡았어!’라고
말 할 때가 거의 없이 늘 미련(未練)이
남게 하는 아쉬움이 사람들을
미치게 하면서 급기야
폐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골프의 속성을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도전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지 진정으로
그 정신을 아는 사람은 구력이
쌓을수록 더 겸손(謙遜)한 사람이 되게 한다.

그것은 골프란
당연히 실력이 첫 번째 조건이지만,
그것만 갖고는 어림도 없다.
운(運)도 있어야 하고
날씨도 따라 주어야 잘 풀린다.

아니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불확실한 인생처럼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골프이기에 사람은 겸손(謙遜)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 겸손이란 다름이 아니라,
적당할 때 빨리 포기할 줄 아는 지혜다.

인생도 골프처럼 이번만 이번만하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안 된다고 느껴지면 빨리 깨끗하게
손을 떨고 18홀에 대한
미련을 과감하게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머뭇거리다가는 김국진 씨처럼
인생 폭락을 자청(自請)하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던가.





시험과 사업 그리고 애정에서
도전(挑戰)도 좋지만 인생이란 자신이
고집하는 길만 꼭 있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세상에는 골프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이 있듯이 자신이 골프에
집착하는 동안 더 근본적(根本的)인
일들이 폭락하고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골프란 결코 이기는 데
목적이 있지 않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가지 일에 중독이 될 정도로
열정을 갖는 일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안 되는
그 일조차도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고 빨리 일어나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자기통제(自己統制)가 인생과 골프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골프와 인생은
매 순간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골프 메이저대회 최다승자인 니클로스는
어떤 시합에서든지 진정한 적(敵)은
상대선수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코스 자체라면서
내적인 자기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국진 씨는 어눌함 속에
누구에게나 호감을 일으킬만한
진실한 그 무엇이 있었기에 짧은 기간에
그런 인기(人氣)와 부를 누렸지만,

안타깝게도 골프를 통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실패하면서
결혼과 사업, 모든 것이
인생 폭락 40빵을 맞으면서 비로써
인생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고백(告白)한 것이다.

연이은 인생 폭락을 통해
그는 세상의 실상(實像)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외골수같이
좁은 동굴 속에 살면서도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큰 소리 쳤던
자신을 보면서 세상(世上)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땐 아기마냥
자아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그 동안 별것도 아닌 것에
자존심 내세우고
목숨 걸었던 젖 냄새나는 자아를
발견하면서 그 모든 실패는
필연적인 일이었음에 깨달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김국진 씨는
내일을 준비(準備)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에게 최고의 영화가 무엇이냐고
채플린에게 질문(質問)했을 때,

‘넥스트요’라고 대답했다는
채플린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에게도
그동안 인생을 헛살았기에
많은 폭락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어리석음의 비밀을 알았기에
과거(過去)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세상을 알고
자신을 알고 나니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그는 ‘비가 오면 비를 맞아 주겠다’는 말로
자신의 각오(覺悟)를 대신했다.


그는 곧 두 코너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전에 혀 짧은 소리로 웃겼지만,
이제는 폭락을 통한
귀한 경험들이 있기에 삶을 통해
재미가 아닌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그는 본격 활동을 앞두고
친형과 함께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

복귀 후 다시 정상에 오른다 해도
지금과 같은 초심을 잊지 않고
늘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김국진 씨가 되길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원(祈願)해 본다.





주여,

저도 김국진 씨처럼
한 가지 일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제발 부업이 전업이 되지 않도록
진정한 골프의 정신을
알게 하소서.

불확실성한 인생 속에서
균형(均衡)감각과
함께,

최선을 다한 후
당신의 알파가 함께 하지 않고는
모든 것이 허사(虛事)임을

어리석은
이 종이 나마다
순간순간 깨달게 하소서.

2007년 9월 16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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