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poem 이해인

[스크랩] 우정일기/ 이해인

유앤미나 2008. 1. 27. 14:17



우정일기/ 이해인 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굴뚝이 하나 있지 너를 향한 그리움이 하얀 연기로 피어오르다 노래가 되는 너의 집이기도 한 나의 집. 이 하얀 집으로 너는 오늘도 들어오렴, 친구야. 전에는 크게, 굵게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야기하더니 지금은 작게, 내리는 이슬비처럼 조용히 내게 오는 너. 네가 어디에 있든지 너는 쉬임없이 나를 적셔준다. 소금을 안은 바다처럼 내 안엔 늘 짜디짠 그리움이 가득하단다. 친구야. 미역처럼 싱싱한 기쁨들이 너를 위해 자라고 있단다. 파도에 씻긴 조약돌을 닮은 나의 하얀 기도가 빛나고 있단다. 매일 산 위에 올라 참는 법을 배운다. 몹시 그리운 마음, 궁금한 마음, 즉시 내보이지 않고 절제할 수 있음도 너를 위한 또 다른 사랑의 표현임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다. 매일 산 위에 올라 바다를 보며 참는 힘을 키운다. 늘 보이지 않게 나를 키워주는 고마운 친구야. 비오는 날 듣는 뻐국새 소리가 더욱 새롭게 반가운 것처럼 내가 몹시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네가 내게 들려준 위로의 말은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단다. 내 앝은 마음을 깊게 해주고, 내 좁은 마음을 넓게 해주는 너. 숲 속에 가면 한그루 나무로 걸어오고, 바닷가에 가면 한점 섬으로 떠서 내게로 살아오는 너. 늘 말이 없어도 말을 건네오는 내 오래된 친구야, 멀리 있어도 그립고 가까이 있어도 그리운 친구야. 이해인님《우정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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