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 신 ★
우리 젊음 가을꽃처럼 저물거든
아내여. 한세상 덧 없던 육신
청산에다 벗어 놓고
우리 천년을 하루같이 흘러온
저 물소리로 떠나자.
먹물처럼 어스름 번지는 가을산 아래
때로는 맷새들 울음 솎아내며
밤을 새던 곳
아이들 눈빛이 모여 소근대다
끝내는 별이 되던 그 곳
저문 하늘 돌아
백일홍 붉은 얼굴로 밤을 밝히고
살아온 이야기들 정다운 이웃에
꽃씨처럼 나눠도 주며
아내여. 우리 바람보다 먼저 나서자.
세상에서 아프고 서럽던 사연
산바람 모여 사는 저 산 머리맡에
살며시 벗어 놓아 버리고
이제 우리 그리움 안에서 눈 뜨는
별이 되어 버리자.
글 김 세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