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스크랩 북

[스크랩] 청각장애 어린이 돕는 탤런트 김민자 씨

유앤미나 2012. 7. 25. 11:10
    청각장애 어린이 돕는 탤런트 김민자 씨 2007년 12월호
     
    ‘사랑의 달팽이’와 함께 청각장애 어린이 돕는 탤런트 김민자 씨

    우린 원래 반쪽이잖아요
    사랑해야 하나 되는 거죠

     

     

    취재, 글 박혜란 기자 ┃ 사진 한영희

     

    ‘나와 집사람은 상반되는 점이 많다. 감성적인 나는 화가 나면 속에서 무언가가 위로 끓어오르는 반면 이성적인 집사람은 그럴수록 감정을 아래로 가라앉힌다.’ 탤런트 최불암 씨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에서 ‘아내 김민자’를 이와 같이 그리고 있다. 탤런트 김민자 씨(65세) 본인은 그에 대해 이렇게 대꾸한다. “알고 보면 나 O형이거든요.” 단정하고 고요하던 얼굴에 순식간에 소녀의 웃음이 물결친다. “흥분도 잘 하고 큰소리도 잘 내요. 저도 연기자인데 감성적인 걸로 말하면 뒤지지 않지요. 그런데 최불암 씨가 아주 감성적인 남자란 말이죠. 상대적으로 내가 이성적인 쪽을 맡게 되었다고 할까요.” 대신 그의 감성과 열정은 새롭게 타오를 자리를 발견했다.


    어느 날 ‘눈이 중요한가, 귀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게 불편하던 그는 “눈”이라고 대답했다. 대개의 청각장애인이 겉모습만 봐서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러자 질문을 던진 의사는 소리와 뇌의 관계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뇌 발달에 꼭 필요한 자극이라 청각에 장애가 있으면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 심각성이 와 닿지 않는다는 게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날 그 유도심문 덕에 김민자 씨는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고, 4년째 그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청각장애인 지원 모임인 ‘사랑의 달팽이’는 형편이 어려운 청각장애인을 위해 보청기를 보급하고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한다.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판별해낼 수 있는 것이 청각장애라고 해요.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이 그때 인공와우 수술을 해주기만 하면 한 아이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데, 돈이 없어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에요.” 
    남편인 최불암 씨와 함께 1983년부터 20년 넘게 한국복지재단 후원회를 이끌어온 그이기에 어려운 이를 돕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회장 직함은 거북하고 쑥스럽다고 했다.

     

    1968년 KBS 연습실에서 아직은 동료 연기자이던 최불암 씨와 함께

    1942년 한국연극영화상 신인상. 1968년 KBS TV인기상, 드라마<보통사람들>(1984), <야망의 세월>(1991년), <젊은이의 양지>(1995년), <보고 또 보고>(1998년).

     

    “내가 가진 게 별거 있나요. 얼굴 좀 알려졌다는 거밖에는. 좋은 뜻을 홍보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내 몫이죠. 물론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게 얼굴 두꺼운 사람도 못 되고 수다스러운 편도 아니고요. 어떻게 하면 좀 더 간절하게 호소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하지요. 결론은 ‘방법 없다’예요. 그저 진심을 다해서 소개하고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그렇게 솔직한 말로 각계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결과 200여 명의 후원자를 모을 수 있었다. 또 매년 11월 9일을 ‘청각장애인의 날’로 정해 후원 행사를 여는데, 올해는 ‘소리를 본다, 그림을 듣는다’라는 제목을 내걸고 화가들이 기증한 판화 900여 점을 팔아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매년 12월이면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전화가 얼마나 많이 오나요. 그만큼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얘기겠지요.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해결책은 ‘십시일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적은 돈을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것만큼 큰 힘을 발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한 번에 큰돈을 내고 나서는 쉽게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동료 연기자와 배우자의 연을 맺어 36년을 살아온 일, 어려운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일,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일, 이 모든 것이 다르지 않음을 그는 깨달았다. 그 모두가 ‘이해하는 마음’을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최근 접하게 되는 후배들의 이혼 소식이 안타깝다며, 부부란 이런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100%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야 해요. 좋은 게 이만큼이면, 나쁜 것도 그만큼이에요. 물론 저도 결혼하고 3년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말도 못 하게 많이 싸웠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하면 서로 맞출 수 있구나,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우린 본래 반쪽짜리잖아요. 그렇게 배우면서 하나를 완성해가는 거지요. 서로 부딪치고 깨지면서 맞춰가는 게 남녀가 함께 사는 묘미 아니겠어요?”


    연기도 양보다 질이다. 조금 적은 양을 해도 제대로 된 작품을 하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아 저렇게 사는 모습 참 좋다’ 하고 뒤꼭지로라도 의미를 던져주는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준다. “연기에 대한 꿈이 없는 건 아니에요. 내가 해서 작품에 빛을 더할 수 있다면 단역이라도 언제든 할 마음이 있지요. 죽기 전까지 배우에게 은퇴란 없다잖아요. 하지만 더불어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 또한 이 계절 내게 주어진 과제인 듯하네요.”

     

    사랑의 달팽이 www.soree119.com | 02-541-9555



      Va, Pensiero / Zucchero & Sinead O'Connor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