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스크랩] 호쿠사이의 귀여운(?) 귀신화

유앤미나 2012. 7. 11. 20:58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 北斎, 1760-1849) 

일본의 우키요에 화가로 후에 그의 그림은 서구로 건너가 고흐 등 인상파 화가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 그림 그리는데 열중해 집안 더러워지는 줄 모르다가 집안이 치우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워지면 이사를 반복하여 생애 내내 93번이나 이사했다고도 전해진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판화 예술로 당대 사람들의 풍습이나 풍경 등을 판화로 찍어내어 단시간에 많은 양의 그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히로시게, 샤라부 등의 유명 우키요에 화가들을 배출하였고 그 중 가장 걸출하다고 이름을 날린 이가 바로 호쿠사이이다. 호쿠사이의 채색 목판화시리즈인 후지산 36경 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서라는 작품은 이미 다양한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에 영향을 주었고 일러스트레이션 황금기에 이러한 표현 양식이 널리 활용되기도 했다. 오늘 살펴볼 그림은 호쿠사이의 판화 시리즈 중 귀신에 대한 것이다. 일본 만화 백귀야행.. 주인공 리스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 안에 빙의한 요괴 아오아라시와 새요괴인 카라스 텐구 오지로, 오구로와 함께 살며 각종 요괴와 관련된 사건들을 해결해간다. 이리 보면 탐정만화 같지만 사실은 일본 고유 정서가 물씬 풍기는 요괴담, 귀신담이라 하겠다. 어려서부터 오싹오싹 공포체험류의 책들 수십권을 읽으며 담력 하나만은 확실히 길러온 나! 백귀야행을 읽으며 일본 요괴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하지만 나같은 류의 인간에게 백귀야행과 같은 요괴 체험담은 절대 불가능... 주변에 어른거려도 왠 물안개가?! 하며 지나칠 위인이라.. ㅋㅋㅋ 아무튼 백귀야행의 작가 이마 이치코 여사 역시 귀신의 'ㄱ'자도 못 본 둔감함(?) 여인이라고 하니... 사설은 이쯤 해두고 일본에는 햐쿠모노가타리(百物語)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초 100개를 켜놓고 무서운 얘기를 한 가지씩 할 때마다 촛불을 끄는 놀이라고 한다. 결국 100가지 이야기가 다 끝나고 모든 촛불이 다 꺼지면 괴이한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사실 이야기 100개 하기도 전에 초가 모두 꺼질 것 같기는 하다. 호쿠사이는 햐쿠모노가타리를 우키요에 판화로 남겼다. 서양의 화가들이 마더구스 동화를 그림으로 남기는 것처럼 말이다. 햐쿠모노가타리 이외에도 다양한 요괴를 화폭에 담았는데 차분차분 살펴보자 백귀야행의 오지로, 오구로의 모델이 되는 일본의 요괴. 카라스 텐구.. 텐구는 일본의 도깨비인데 그 중 카라스 텐구는 새 모양의 부리를 가진 텐구를 의미한다고 한다. 백귀야행에서는 다소 머리가 달리긴 하지만... ㅡ.ㅡ 주인공 리스를 돕는 충실한 요괴 듀오로 나온다. 그래도 본래 모습은 요괴, 도깨비이니 생각보단 잔인하고 무서운 녀석일 수도 있을 것!!!

요괴인지 원숭이인지 다소 헷갈리지만 백귀야행의 에피소드가 생각나 넣어본 그림. 백귀야행의 한 에피소드를 보면 도심의 복잡한 속을 긴 팔을 이용해 지나가는 할머니 요괴가 나오는지라 갓파. 일명 강의 요괴라 불린다. 호쿠사이의 갓파 그림은 다소 완화되어 표현된 듯하지만 갓파는 원래 소갈머리 없는 대머리로 표현된다. 갓파의 뇌 주변에 물이 들어차 있는데 이 물이 말라버리면 죽기 때문이다. 갓파의 주식은 오이. 그래서인지 만화 심야식당의 한 에피소드에도 갓파머리를 한 손님 하나가 소주에 오이를 넣어 기가막히게 마셔댄다. 일본 만화를 보다 보면 민간설화가 참 많이 등장해서 자신들 고유의 문화를 살려가는 것 같아 그것 하나는 부럽다. 우리는 세계화다 뭐다 해서 옛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문화가 상당 부분 퍼져 있었는데 요즘엔 신과 함께의 주호민 만화가 같이 우리 고유 문화를 살려 작품활동에 반영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인기도 얻고 있어 뿌듯하다 자.. 여기부터는... 햐쿠모노가타리의 그림들이다. 잡념... 일본에서는 인간이 살아 생전 가졌던 질투심과 소유욕이 잡념이 되어 죽은 후에 뱀의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설화가 있다. 인간희 헛된 소유욕과 잡념을 그림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햐쿠모노가타리 중 가장 유명한 엿보는 고헤이지.. 고와다 고헤이지.. 고헤이지는 유명 배우였는데 아내와 친구에 의해 독살당한다. 한밤중 깊은 잠에 빠진 고헤이지의 친구. 그가 자고 있는 모기장 한 쪽이 슬쩍 내려가더니 머리칼이 몇가닥 남지 않은 해골만 형상의 친구 고헤이지가 등장... 꺄악... 위로 치켜뜬 눈초리와 몇가닥 안 남은 머리.. 무시무시한 해골손이 공포를 가져오는 그림. 사실 그림만 보면 큰 무서움을 느끼지 않지만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오이와 귀신.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하려 아내를 살해한 비정한 남편.. 그 아내인 오이와는 요괴가 되어 남편의 뒤를 따라다니고 남편은 미쳐버린다는 일본 귀신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그린 작품. 오키쿠 귀신. 부잣집 하녀였던 오키쿠는 주인이 아끼던 가보 접시를 깼다는 이유로 우물에 던져져 살해당한다. 이후 그녀는 접시를 하나하나 세며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귀신이 되는데, 한장.. 두장.. 아홉장... 한 장이 모자라네.. 라는 말로 주위 사람을 놀래킨다고 한다. 접시로 연결된 뱀고 같은 형상으로 우물에서 빠져나오는 오키쿠 귀신을 표현한 작품.

한냐 귀신. 질투에 미친 여인의 얼굴을 표상하는 한야 귀신은 죽은 아이의 머리를 모아 다닌다고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귀신은 아니지만 호쿠사이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눈 속의 호랑이. 우키요에를 보면 일본 만화 역시 우키요에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철학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같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듯이 우리 인간은 전통의 지혜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전통의 창조적 변용이야말로 인간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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