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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과수원에서

유앤미나 2010. 8. 18. 16:13
<사과밭 풍경>


과수원에서

마종기



시끄럽고 뜨거운 한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는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즐거움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나기를.

* John Denver-Sunshine On My Shoulders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시냇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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