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일상화되려면...
"유머는 기쁨이 아니라 언제나 슬픔에서 나온다. 따라서 천국에는 유머가 없는 셈이다."
물질문명을 혐오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영국 극작가 세익스피어는 "재담이 성공하고 못하고는 듣는 사람 귀에 달렸지 말하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사람을 웃기는 방법과 소재는 문화권에 따라 가지각색일 수밖에 없다. 정서적 토양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략)
얼마 전 체니 부통령의 엽총 오발사고 때 코미디언 데이비드 레터맨이 "대량살상무기를 찾았다. 바로 딕 체니"라고 하자 제이 레노는 "워싱턴에 눈이 많이 오니깐 그 뚱보를 북극곰인 줄 알았나 보죠"라고 맞받은 일이 있었다.
이같이 유머가 일상화되려면 그 근본은 마음의 여유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신윤복의 풍속도에서 보듯 한국인의 유머감각은 뿌리가 원래 깊다. 다만 그 후에 각박함과 궁핍, 산업사회의 쫓김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 것뿐이다. 다시 우리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유머감각을 끌어내 기쁨과 웃음을 주고받아야 한다.
집안의 쌀독에서 인심이 나듯 마음의 여유에서 유머가 난다고 본다면 '울지 못해 웃는다'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등의 부정적 한국 속담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한나라당 대변인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과 관련해 국민에게 유머를 선사한다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는데, 유머는 이렇듯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코드나 주파수가 맞아야 하고 국민정서의 시기적 흐름을 무시했다간 큰코다치기도 한다. 유머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마음의 쌍방통행이다. 주고받는 유머가 진짜 유머다. 유머의 토양은 이런 관계에서만 성숙하며 그런 유머를 지향해 한발 한발 나가야 한다.
(유한태 숙명여대 디자인학부 교수 형태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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