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그림:박연옥
어져 내 일이야 / 황진이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어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현대어 풀이] 아, 내가 한 일이여! 이렇게 그리워 할 줄을 몰랐단 말인가? 있으라고 말씀드리면 임께서 굳이 가셨겠는가? 보내놓고 나서 그리워하는 정은 나도 모르겠구나!
[창작 배경]
작자가 사대부 황진사의 서녀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여 스스로 시와 서예,
묵화와 음률을 배워 문인을 비롯한 석학들과 교류하였다
[이해와 감상] "
아, 내가 한 짓을 좀 보아라, 이게 무슨 꼴이람.
막상 보내 놓고 나면 이렇게 더욱 그리워질 줄을 미처 몰랐단 말이냐.
제발 나를 버리고 가지 말고, 있으라고 만류하였던들
이렇게 뿌리치고 가 버리지는 않았을 것을.
하필, 말리지 못하고 보내놓고 나서 더욱 그리워하는 이 심정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
당혹해서 마음에도 없는 엉뚱한 행동을 하기가 일쑤인 것이 사랑의 생리임을,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초장과 중장은 임을 보낸 후의 후회를 나타내고 있으며,
종장에서는 떠나 보낸 후에 더욱 간절해지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애써 체념조로 가라앉히고 있다.
문두에 등장하는 '어져'라는 말은 이별을 하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던
그리움을 깨닫게 되었다는 표현과 더불어 생생하게 표현한 신선한 감각이 느껴진다.
특히 이 시조의 표현상의 절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제 구태여'의 행간 걸림이다.
'제 구태여'는 앞과 뒤에 동시에 걸리는 말로서, 앞에 걸려서는
'임이 굳이 가겠는가마는'의 도치형을 만들고,
뒤에 걸려서는 '자기가 구태여 보내고'라는 뜻을 가져
황진이 자기 자신을 일컫게 되기도 한다.
여성의 섬세한 표현이 부드럽고 고운 시어를 구성하고 있으며,
임을 위해 떠나 보낸 뒤 말없이 임을 그리워하는 동양적인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도치법, 영탄법
□ 주제 : 임을 그리워하는 회한의 정
□ 가치 : 고려 속요인 <가시리>, <서경별곡>과 현대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이어주는
이별시의 절창이라 할 수 있음
그대가 나를 떠날 때/산사의 명상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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