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蘭雪軒[허난설헌] / 貧女吟[빈녀음] 가난한 여자의 노래
豈是乏容色[기시핍용색]
이 얼굴 남들만 못하지 않고
工鍼復工織[공침복공직]
바느질 길쌈 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
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良媒不相識[양매불상식]
중매인도 발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부대한기색]
추위를 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진일당창직]
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유유부모연]
부모님이야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四隣何曾識[사린하증식]
이웃이야 그런 사정 어이 알리요.
夜久織未休[야구직미휴]
밤 깊어도 짜는 손 멈추지 않고
軋軋鳴寒機[알알명한기]
짤깍짤깍 바디 소리 차가운 울림
機中一匹練[기중일필련]
베틀에 짜여 가는 이 비단 한 필
終作阿誰衣[종작아수의]
필경 어느 색시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가위 잡고 삭둑 삭둑 옷 마를 제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밤도 차서 열손 끝이 곱아 드는데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시집갈 옷 삵 바느질 쉴새 없건만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해마다 독수공방 면할 길 없네.
사백년전의 천재여류시인 허난설헌은 이미 사백년 전에 여성으로서
당당히 문집을 발표한 최초의 천재시인이다.
본명은 초희, 그 유명한 홍길동의 작가 허균의 누나이다.
그녀의 삶은 철저한 불행과 고독의 나날이었으며
그녀의 시가 애상적 기풍을 띠는 것은
이런 불행한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하필이면 조선시대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김성립의 아내가 되었는가를 한탄했다고 한다.
그러한 까닭에 그녀의 시에는 여성 특유의 낭만성과
서정성이 묻어 있는 한편 남성에 대한 그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자유분방하고 과감한 사고가 담겨있다.
- 채련꽃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난초 배를 매놓고서
당신보고 물 건너서 난꽃을 던졌는데
혹시 남이 봤을까봐 반나절 부끄럽네.
허난설헌
조선 중기의 시인.
본관은 양천(陽川). 본명은 초희(楚姬).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 엽(曄)의 딸이고, 봉( )의 여동생이며, 균(筠)의 누나이다. 문한가(文翰家)로 유명한 명문 집안에서 태어나, 용모가 아름답고 천품이 뛰어났다 한다. 오빠와 동생 사이에서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집안과 교분이 있던 이달(李達)에게서 시를 배웠다. 8세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 廣寒殿白玉樓上梁文〉을 지어 신동이라고까지 했다. 15세에 김성립(金誠立)과 혼인했으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 남편은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기방을 드나들며 풍류를 즐겼고, 시어머니는 시기와 질투로 그녀를 학대했다. 게다가 어린 남매를 잃고 뱃속의 아이마저 유산했다. 친정집에는 옥사(獄事)가 있었고, 동생 허균도 귀양가버리자 삶의 의욕을 잃고 시를 지으며 나날을 보내다가 27세로 요절했다. 시 213수가 전하며, 그중 신선시가 128수이다. 그녀의 시는 봉건적 현실을 초월한 도가사상의 신선시와 삶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으로 대별된다. 후에 허균이 명나라 시인 주지번(朱之蕃)에게 시를 보여주어 중국에서 〈난설헌집〉이 발간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고집으로 〈난설헌집〉이 있다.
출생 : 1563년 사망 : 1589년 3월 19일 출신지 : 강원도 강릉
경력 : 1585년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는 '몽유기'를 지음
1576년 김성립과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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