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친구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는 50권이
넘는 책을 쓴 저술가이자 하루의 반나절은
노동을 하는 농부로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이들은 1932년 미국 버몬트 주 남쪽의 버려진 땅에서
밭을 일구고, 채식주의를 실천하며,
직접 돌집을 짓고,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했다.
1952년 니어링 부부는 메인 주의 해안으로 이사했고,
역시 일관된 가치관을 실천하며 살았다.
스코트가 백 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이
깃발을 들고 왔는데 그 깃발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헬렌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에는 이사한 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 자비스
그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비스는 외딴 집에 혼자 살고, 수염이 덥수룩하고,
투박한 말씨에 제대로 단추를 채우는 법이 없는
옷차림을 하고, 걸음걸이도 똑바르지 않았다.
하지만 헬렌은 그가 찾아오면 식사를 하고 가라고 권했다.
그때마다 접시를 깨끗이 비운 자비스는
"고맙습니다.배부르게 먹었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헬렌은 길에서 자비스를 만나면 함께 식료품 가게에
가거나 뭔가를 보여 주기 위해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잘 차려입은 사람들은
“헬렌, 그 더러운 사람과 너무 자주 같이 다니지 말아요.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니어링 씨라고 생각하겠어요”
라며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헬렌은 그들의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헬렌은 자비스가 마일스 그레이라는
장님 친구를 돌보는 모습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자비스는 마일스를 가끔 바닷가로 데려갔다.
신이 나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걸어 다니느라
마일스는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소리 없이
그의 뒤를 따라가던 자비스의 조심스러운 눈길이
그가 넘어지지 않게 보살펴 주고 있었다.
자비스는 어느 해 겨울,
니어링 부부가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죽었다.
그들은 여행에서 돌아와 눈물을 흘리는 대신
헐벗은 무덤을 고르고 그 위를 퇴비로 덮은 뒤
자비스가 고양이를 좋아했으므로 개박하를 심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개박하의 꽃이 피면
그 친구에게
고양이들을 데려다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에겐
너무도 아름다운 친구였던 자비스를 위해….
2004년6월3일 아침 두꺼비(파비우스)
출처/좋은생각
음악/King"s Singers-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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